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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보조 이야기318

-허울 대한민국 부역 서사-

by 강용원

숲이 반제국주의 통일전선 주축이다86


국토 순례

14번째 광화문 집회·행진에 참여한 다음 날 나는 극초 소품 국토 순례에 나선다. 국토 순례는 대한민국 한 바퀴, 소품 국토 순례는 대한민국 상징인 도읍 서울 한 바퀴, 초 소품 국토 순례는 그 서울 상징인 도성 기축 사내산(四內山) 중심 한 바퀴 둘러보기다. 극초 소품 국토 순례는 내가 사는 집을 도읍 삼아 그곳 둘러싼 미니어처 사내산(四內山) 둘러보기다. 현무 초악(草岳), 백호 국사(國思), 청룡 달마(達摩), 주작 정능(精能), 이들을 둘러본다. 구속된 내란 수괴를 법비(法匪)가 풀어줘 나도 나라도 심하게 어지러우니 명신 파멸 석열 파면 매판 척결!


현무 용버들.jpg 현무 초악(草岳) 용버들

현무 초악(草岳)은 본디 이름 없는 나지막한(160m) 산이다. 백악에 빗대어 내가 이름을 지었다. 봉우리 셋으로 이루어지며 내가 매일 걸어 출근하는 숲이 바로 여기다. 일단 여기 서봉 능선으로 곧장 올라가 백호 국사(國思)를 향해 간다. 백호 국사는 그 동북 자락에 양녕대군 묘가 있어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본디 이름은 굿에서 온 순우리말이었는데 한자 음차에다 뜻을 그리 붙였으리라 본다. 어쨌든 오늘만큼은 나도 나라를 생각하며 국사 가슴둘레로 난 길 따라 걷는다. 봄기운을 푸른 이끼 끝에서 탱탱하게 느끼면서 명신 파멸 석열 파면 매판 척결!

백호 이끼.jpg


백호 국사를 돌아 다시 현무 초악 호리목 고개 넘어 중봉 북쪽 숲을 따라간다. 동봉 끄트머리까지 와 살피재 큰 찻길을 가로지른다. 청림동 관악로40길로 들어서 상현중학교가 나올 때까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관통한다. 자그만 생태 다리를 건너면 청룡 달마(達摩)다. 본디 서덜이란 순우리말 이름으로 불렸으나 서달(西達), 달마, 동작 같은 한자 이름이 붙었다. 어지러운 인간 질서가 자연 이치에 승복하라고 달마를 취한다. 동쪽 능선 따라 걷다가 국립현충원 안으로 들어간다. 제33묘판 지기 노송 앞에서 예 갖춘 뒤에 명신 파멸 석열 파면 매판 척결!

청룡 묘판.jpg

청룡 달마(達摩) 국립현충원을 나와 점심을 먹는다. 따끈한 사골육수에 소면을 넣은 음식으로 몸과 맘을 달랜다. 지하철 이용해 주작 정능(精能)으로 간다. 정능은 흔히 청룡으로 불리지만 내 나라 풍수에는 맞지 않아 다른 이름을 취한다. 현무 초악을 확인하려 능선길로 오른다. 확인한 뒤 작은 시내가 발원하는 북향 골짝을 길 아닌 숲속 땅을 밟으며 내려온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샘을 만난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참 앉아 볕 쬐고 묵상한다. 작은 시내 옆을 따라 내려오니 개구리 소리가 들린다. 어찌나 반갑던지 한참 듣다가 명신 파멸 석열 파면 매판 척결!


주작 개구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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