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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투사(projection)와 마주하기

by 강용원

15년째 단골인 백반집 동갑내기 여주인이 어제 그런다: 간 수치 높다고 의사가 술 마시지 말래. 잘 아는 동네 언니가 나를 보며 장난기 섞어 말을 건넨다: 술친구 잃어서 어째?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양의사한테 속지 말라 그렇게 말해도 안 듣네요.

술은 한약과 더불어 양의사가 써먹는 전가 보도 투사 전략에 동원되는 병기다. 자기가 처방한 간장약 먹는 환자한테 무슨 일 생기면 으레 이렇게 넘겨짚는다: 술/한약 먹었지요. 술이든 한약이든 화학 합성물인 양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독성이 약하다. 자기가 약이라고 처방한 물질이 독극물임을 은폐하기 위해 뒤집어씌우는 짓일 뿐이다.

펌//트위터

투사는 <귀신은 있다>(2025.2.12.)에서 이미 언급했듯 윤석열도 주야장천 써먹는 전략이다. 이번 내란·탄핵 정국 와중 헌재를 통해 윤석열이 얼마나 야비한 투사 전략가인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헌법이 허약한 최상위 법임을 간파하고 능수능란하게 헌법을 파괴하면서 도리어 상대방을 헌정 파괴자로 몰았다. ‘헌법주의자’라는 자칭이 지닌 정체다.

개인 정신장애는 물론 인간 사회 어떤 갈등에서나 투사는 방어기제 전형이자 치졸한 공격술이다. 카를 융을 구태여 인용하지 않더라도 투사 전략을 거둬들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유효한 치유며 의로운 정치다. 외려 자랑으로 여기는 무리를 잡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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