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민주주의 숲이다

by 강용원



불안이 계속 가중되고 있다. 무의식에서 순간순간 쌍욕을 게워 낸다. 그때마다 화가 솟구친다. 이른바 ‘삶의 질’이 곤두박질친다. 서둘러 정리하고 한의원을 떠난다. 미도산 넘어 들리는 함성으로 보아 지난주보다 갑절 이상 모인 듯하다. 이미 반대 방향 한 차선까지 시민이 확보한 상태다. 시민들 얼굴에서 분노를 감지한다.

박근혜 때보다 빨리 끝나리라 믿었던 안일함에 가슴이 아리다. 박근혜 때 마지막 공식 집회 숫자 스물셋이 오늘인데, 정치 판사 놈들 분탕질로 보아 대선 이후도 거리에 서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뜩하다. 저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다들 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듯하다. 더욱 아뜩하다.

‘서구 제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반 시민 수준이 높고 엘리트 수준이 낮다. 엘리트 교육 실패가 그 원인이다.’ SNS에서 읽은 내용이다. 원인 진단이 정답이긴 한데 어째 동어반복 같다. 단순명료한 사실을 지식 목록에 등재하지 않은 지식인 탓이다. 일제와 미제가 구축한 “중첩” 식민지 교육 핵심에 엘리트 교육이 존재해서다.

이번 내란 정범과 상위 종범 거의 모두가 서울대와 육사 출신이다. 두 교육기관 다 일제가 만든 교육 체계와 내용, 그리고 인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세워졌다. 거기에 미제가 자기 입맛에 맞도록 수정·보완해 더욱 완벽한 식민지 노예 교육을 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주류인 지배 엘리트 정신 속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나.

주인인 일제와 미제 보살핌을 계속 받으려면 선진국 운운하며 까불지 못하게 이 나라를 망쳐놔야 한다고 저들이 말한다는 소문은 다만 소문이 아니다; 음모는 더욱 아니다. 윤석열과 한덕수, 그리고 김태효가 하는 짓이 명백한 증거다. 이 나라 지배 엘리트는 모조리 특권층 부역자라고 규정해도 무리가 없다. 무서운 일이다.

더 무서운 일은 민주당 내에도 이런 자들이 있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체제 이후 변화가 없지 않았으되 태생 자체부터 민주당 역시 이승만 계열과는 다르지만, 일제 부역 세력이었다. 독립투쟁 주축이었던 민족주의, 사회주의 계열을 절멸시키는 과정에서 둘은 동업자였다; 우리 정치 구도를 근본에서 왜곡한 동맹이었다.

이들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에게 진보 좌파는 큰 전선을 구축할 수 없었다. 우파도 아닌 단순 매국노 조합인 이승만 떼거지가 보수를 전유한 그 이상으로 김성수 떼거지가 진보를 전유한 희극은 지금까지 우리를 뒤틀린 정치 지형에 묶어 놓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가 여전히 식민지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 질곡이었다.

이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오늘 우리가 겪는 이 위기와 불안은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할 거대한 괴물이다. 우연에 틈을 내고 들이닥친 이 필연은 우리에게 천재일우 기회일 수 있다. 기회로 삼으려면 우리는 비상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한강 말대로 과거가 우리를 구원하게 귀를 열어야 한다.

다행히도 귀 먼저 열린 사람들 행진이 이미 출발했다. 그 행진은 이 나라를 이끌 커다란 물결로 자라갈 수밖에 없다. 내란 카르텔을 좀비 떼로 만들어 버리고, 참 보수와 참 진보 큰 스펙트럼으로 정치 지형을 짜 가리라 본다. 험한 고비를 더 넘어야 하겠지만, 그때마다 두렵겠지만, 광장은 민주주의 숲이 되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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