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함께

by 강용원

내란 수괴를 파면하고 새로 선출한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있음에도 내란은 사실상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긴장을 풀 수 없다. 상상 초월 비리와 협잡, 아니 범죄가 계속 드러나고 일어나니 당최 뒤숭숭해서 견디기가 힘들다. 안 되겠다. 당분간 무조건 주말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나가기로 한다: 광장 #28(서초동)-143차 촛불행동 시민 대행진.

촛불행동 쪽 집회는 135차부터 나왔으니, 오늘로 아홉 번째다.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이제는 여기와 비상 행동 쪽이 다르고 같은 점들을 피부로 느낀다. 한글2020으로 글을 쓸 때 촛불행동은 그렇지 않은데 비상 행동은 붙여 쓰면 붉은 줄이 나타난다. 이게 가장 선명한 차이다.^^ 진행 형식, 생성해 내는 담론 내용도 세부로 들어가면 다르다. 그러나 김명신·윤석열과 그 일당을 대하는 태도에서야 다를 이유가 없으니 탄핵 인용 때까지 두 집회가 합류했던 일은 자연스럽다. 한데 오늘은 어느 시점인가 내 눈앞에 한총련 깃발이 턱 하니 나타나서 정색하고 의문을 품는다. 두 조직 사이에는 분명한 골이 있으렷다.


무릇 역동하는 세계라면 어디에서나 비대칭 대칭 운동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국권 상실기부터 군사독재까지 권위주의 지배를 겪어오던 이 나라 민중이 일대 변혁을 시도하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 진영에 비등했던 사회구성체 논쟁이 그 대표 사례다. 본디 한 뿌리였으나 나중에 분화해 한쪽은 자본주의로 세계를 해석하는 평등파, 다른 한쪽은 제국주의로 세계를 해석하는 자주파로 맞선다. 전자는 계급 보편 문제를, 후자는 민족 특수 문제를 중심에 둔다.

진실 전경을 말하지 못했다는 면에서 보면 둘 다 틀렸다. 우리 사회 실재에 관한 담론으로서 둘이 하는 말은 모두 맞다. 이렇게 도식 어법을 쓰면 결국은 기회주의 양비론 또는 절충주의 양시론에 떨어진다. 이 함정을 벗어나려면 범주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자본주의는 범주가 아니다. 범주는 제국주의다. 평등파는 범주 아닌 범주를 써서 환원주의에 빠진다. 자주파는 제국주의 범주에 자본주의가 종개념으로 속한다는 진실을 놓쳐 스스로 ‘우파’에 갇힌다. 둘 다 제국주의 전략에 말린 셈이다. 부역 국가 현실에서 고결 평등을 외치는 일과 자본 문제를 뒷전 하면서 고결 자주를 외치는 일은 모두 자기기만이다. 이 진실을 깨달으려면 우리에게 숙명처럼 씌워진 제국주의 범주를 처절하고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trickster” 자의식 없는 고결 추구는 극독이다.

촛불행동은 자주파, 비상 행동은 평등파 계보를 잇는 듯하다. 그렇든 아니든 이들이 각기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모순에서 역설을 달여내는 지난한 일을 자기 천명 속에서 수행하기, 곧 팡이실이 공생. 쪽쪽 쪼개지지도 말고 폭폭 포개지지도 말아야 한다: 따로 함께. 한총련 깃발을 뒤로하고 광장을 떠날 때 문득 기억 하나 떠오른다. 35년 전쯤일 테다. 대학생 상대로 강연하면서 평등파, 자주파를 비판하고 중첩 현실을 강조했다가 양쪽 모두에게 거세게 공격당했던 적이 있다. 오늘 촛불행동과 비상 행동 회원에게 같은 말을 하면 어떻게들 반응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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