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의학 소설-
인간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과 사랑에는 함수관계가 존재할까? 일부일처제라는 보편 조건이 언제 어떻게 왜 만들어졌을까? 세상 무슨 고전도 어떤 스승도 정답을 주지 못하기에 참 어려운 문제다.
이렇듯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이 찾아왔다. ㅎㄹ은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한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나름 행복하게 살다가 어느 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다른 사람 또한 이미 결혼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 가정에 불만이 없다. 아이도 있다. 배우자에게 염증을 느끼지도 않았다. 우연인 듯 필연으로 만나 처음엔 선선한 친구였다가 이내 열렬한 연인이 되어버렸다. 알면 알수록 좋아진다. 어찌하면 좋을까?
사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숙의치료를 내건 의자한테 오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바람피우게’ 만드는 어떤 정신적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 찾아왔다고도 딱히 말할 수 없다. 나는 그 첫인상에서 풍기는 담담한 당당함에 좋은 예후를 느꼈다. 말하자면 어떤 선택을 하든 홀랑 말아먹지는 않을, 자기에 대한 종자 신뢰 같은 무엇을 지닌 사람으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가 주눅 들지도 않고 야비하지도 않으니 내가 할 말은 오히려 세계 진실이 지닌 모호성, 그러니까 비대칭 대칭을 은근하게 돋을새김하는 기본만으로도 족했다.
ㅎㄹ의 명민한 얼굴이 지금도 눈에 어린다. 그가 턱 받치고 톡톡 던진 질문도 귀에 생생하다. 그때 그보다 오늘 그가 덜 행복하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