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그 사람에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들어왔다.
현관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집 안이 눈에 들어온다.
소파와 테이블, 주방 수납장과 식탁까지 모두 검은색이다.
이 사람 검은색을 좋아하나?
옷도 다 검은색이잖아.
사람이 왜 이렇게 음침해 보이지?
"집이 좀 어둡다. 전등 더 켤까?" 묻고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벽에 붙은 스위치를 눌렀다.
이게 뭐지? 조명을 더 켰다지만 내 눈에는 달라 보이는 게 없다.
여전히 어두침침할 뿐이다.
"자,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어.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그는 나를 검은색 식탁 위에 올려두고 방으로 들어간다.
식탁 위에 덮인 차가운 유리의 기운이 몸을 감싼다.
속까지 차가워지는 기분 나쁜 느낌에 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없다.
그 자리에 꼼짝없이 앉은 채 그 사람이 다시 나올 때까지 찬찬히 집을 살펴봤다.
내가 앉아있는 식탁에서 바로 보이는, 역시나 검은색으로 칠해진 벽에는 꽤 커다란 텔레비전이 걸려있다.
텔레비전 역시 검은색인 탓에 벽을 한참 들여다봐야 겨우 그것의 존재를 알 수 있을 정도다.
텔레비전의 맞은편에 침대만큼 널찍한 검은색 소파가 놓여있고 소파에는 아무것도 없다.
쿠션도, 담요도 없이 소파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제법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든다.
소파와 텔레비전 사이에 유리 테이블이 있다.
이건 검은색이 아니네?
하지만 바닥에 깔린 검은색 러그와 소파 탓인지 유리가 검은색을 그대로 흡수해 더욱더 검게 보일 뿐이다.
식물도 하나 없이 온통 검은색인 이 집.
이 집에서 살고 있는 저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를 왜 이곳으로 데리고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