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뭘 시작해?

by 사유경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그 사람이 내 앞에 섰다.

긴소매에서 짧은 소매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검은색의 옷을 입고 있다.


그가 내 목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를 일으켰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목덜미를 잡은 채 다른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온다.

내 얼굴에 내려온 손을 잠시 멈추고는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천천히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지만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쾌함이 느껴져 그 사람이 얼른 떨어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손이 점점 더 내려왔다. 어느새 그의 손이 나의 허리를 한 번 쓰윽 훑는다.

역시 불쾌하다.


내 기분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만히 그의 손이 나를 이끄는 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소리라도 빽 지르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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