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뭐 하는 거야?

by 사유경

나를 만지던 그 사람이 다시 나를 식탁 위에 앉히고 주방 선반으로 간다.

역시나 새까만 색의 선반을 열고서는 그 안에 놓인 제법 많은 유리잔을 찬찬히 살펴본다.


몸통이 짧고 자루가 긴 잔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본다.

한참 들여다보던 그는 잔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이번에는 몸통도 자루도 짧은 잔을 들어 방금처럼 꼼꼼히 확인한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내려놓고, 이번엔 몸통이 길고 자루가 짧은 잔을 들어 살핀다.



잠시 눈빛이 머문다.

“이게 좋겠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잔을 골랐는지 잔 하나를 골라 내 옆에 나란히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주방 서랍을 연다.

손을 몇 번 움직이는가 싶더니 무언가를 들고 내 앞에 선다.


어디서 본 적 있는 칼인데, 어디더라. 잠시 생각해 본다.

아, 내가 이 사람과 이 집에 오기 전 있던 것 곳. 그곳에서 봤다.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이걸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물어봤었다.

"네 옆에 있는 그건 뭐야? "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나를 데려가는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매니저님이 잘 갖고 있어야 된대."


'번쩍!' 어두침침한 조명에서도 그 사람의 손에 든 그것이 빛이 반사되는 게 느껴진다.

날카롭고 뾰족하다.

그 사람이 날카로운 그것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온다.


"준비 됐어? 이제 시작해 볼까?"

나의 목을 잡고서는 내 머리에 날카로운 그것을 갖다 댄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오히려 소리는 내 안으로 깊이깊이 들어갈 뿐이다.


어느새 그 사람은 내 머리를 벗겨내고 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갑다. 차가운 기운이 어느새 아무것도 남겨있지 않은 머리에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의 뜨거운 숨도 느껴진다.


그만! 더 이상은 그만! 그만하고 싶어!

내 바람이 무색하게 그 사람은 조금 전 보다 더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를 꺼내든다.

그리고 내 머리에 그대로 찌른다.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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