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걱정 한가득
금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막둥이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아픈지 물어보니 " 내 짝꿍이 기침 많이 했는데, 열나서 병원 갔더니 독감이래요."란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프면 어떡하지? 열이 꽤 많이 날 텐데.
차일피일 미뤄뒀다 까맣게 잊어버린 독감 예방접종이 불현듯 생각나고, 왜 미리미리 챙기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원망스럽고.
걱정을 한다고 해도 바뀔 게 없는데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해열제와 얼음팩으로 진정을 시키며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토요일 아침에 바로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했더니 A형 독감이란다.
먹는 약 대신 수액을 맞고 (그 와중에 열 때문에 혈관이 수축돼서 바늘을 두 번이나 찔러야 했답니다.) 증상약을 처방받은 뒤 귀가.
입맛이 없다고 겨우겨우 사과와 물로 연명하고, 증상약이 써서 약 먹는 것도 힘들었고, 열은 왜 이리 오르락내리락 난리인지. 토요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수시로 열을 재다 보니 막둥이도 나도 깊은 잠을 자기 어려워 둘 다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그래도 열도 잡히고 큰 이벤트 없이 잘 지나가는 듯했다.
일요일 오전 " 왜 이렇게 목이 아프지" 남편이 얘기했다. "열도 좀 있네?"
어라라?! 뭐야? 왜 아파?
혹시 막둥이에게 옮았을까 봐 병원을 가자고 해도 조금 더 지켜보자고만 하며 상비약을 먹었는데 열이 점점 더 오른다. 막둥이 열이 떨어지니 이젠 남편이구나. 막둥이가 나으니 남편이 아프구나.
평소에 잘 아프지 않던 사람이 한 번 아프니 한꺼번에 몰아서 아프려는지 몸살도 심하게 오고 입맛도 없고 총채적 난국이었다.
뭐라도 좀 해 먹여야 될 텐데 입맛은 없대고 먹고 싶은 것도 없대고. 어떡하지? 괜히 주방 선반을 뒤적거리다 견과류를 발견했다.
그래, 죽을 좀 끓여야겠다.
견과류 모둠을 꺼내 그 안의 크렌베리는 골라내고 아몬드, 캐슈너트, 호두만 남겼다.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견과류를 넣어 블랜더로 곱게 갈아 준 후 밥을 한 공기 넣어 부드럽게 갈아주었다.
이제 보글보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살살 저어가며 바르르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무리로 참기름 살짝.
고소한 냄새가 주방 가득 찼다.
식기 전에 그릇에 옮겨 남고 작은 상에 올려 남편에게 가져다주었다.
"냄새 좋네." 아픈 와중에도 후각은 살아있나 보다. 한 입 먹더니 입에 맞는지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다행이다.
남편은 조금은 이른 저녁으로 죽만 먹었더니 배가 고픈지 밤이 되어 뭔가를 더 먹고 싶다며 플랫파운드를 하나 꺼내더니 한 입 먹고는 "안 되겠다. 안 먹혀."라며 내려놓는다.
큰일이다. 아팠네. 아팠어.
"죽 데워줄까? 죽 먹을래?"
"아니, 안 들어가. 못 먹을 거 같아."
진짜 아팠네.
월요일. 급하게 사무실에 병가를 내고 막둥이가 독감 검사를 했던 병원으로 갔다.
막둥이가 검사했던 그 검사실에서 막둥이가 했던 것처럼 코에 면봉을 넣어(으~~!) 검사.
잠시 기다림 끝에
"아이고~ 막내한테 옮기셨네요. 독감이에요."
내 병시중 기간은 더 길어지는구나. 에효!
그런데 말입니다. 막둥이 병시중은 제가 했는데 왜 남편이 아프신 거죠?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