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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Apr 16. 2024

‘레임덕 넘어 데드덕’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레임덕(Lame duck)을 직역하면 ‘절름발이 오리’란 뜻이다.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의 지도자 또는 그 시기에 있는 지도력의 공백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일종의 권력 누수 현상으로, 임기 말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정치 용어가 아닌 경제 용어였다. 




1700년대 영국 증권시장에서 돈을 잃고 제때 빚을 갚지 못해 시장에서 제명된 증권 거래인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1860년대 미국 링컨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 상대 당의 의원들이 대통령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서 정치적 용어로 변모했다.




▲레임덕은 임기 말기의 대통령들이 힘을 못 쓸 때 자주 발생한다. 그로 인해 주요 현안에 관한 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조직의 업무능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레임덕은 나라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위험한 현상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데드덕(Dead duck)이다. 데드덕은 ‘죽은 오리’란 의미로, ‘정치생명이 끝난 사람’이나 ‘가망 없는 인사’를 일컫는다.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 공백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죽은 오리에는 밀가루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구권 속담에서 유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ㆍ10총선이 막을 내렸다. 소위 ‘단두대 매치’ 양상을 띠었던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했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192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를 보면 더불어민주당(비례 포함)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ㆍ진보당 각 1석 등이다.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쳤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유지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가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출범한 정권 중 처음이다. 




▲‘여소야대 시즌2’ 정국이 열리면 윤석열 정부는 상시적인 위기 상태에 빠진다. 




야당이 입법권을 갖고 있는 데다 예산권과 인사권도 야당의 협조 없이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국 주도권이 야권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전면적인 국정 쇄신이 불가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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