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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01. 2024

‘오버투어리즘’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물의 도시’로 알려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1987년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그러나 연간 2500만~30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물가와 집값이 치솟아 생활이 힘들게 되자 주민들은 하나둘 짐을 싸서 떠났다.




결국 1951년 약 17만 5000명이었던 거주 인구가 현재 4만 9000명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지난달 25일부터 주말ㆍ공휴일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 5유로(약 7000원)를 받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도시 입장료 부과는 세계 도시 중 처음이다.




▲카나리아 제도는 북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있는 스페인 영토로 7개의 화산섬으로 이뤄졌다. 연중 내리쬐는 햇살과 천혜의 풍광으로 ‘유럽의 하와이’라 불리며 세계 각지에서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에만 섬 주민 220만명의 7배를 웃도는 1600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이 파괴된 데다 생활환경마저 나빠져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 카나리아 제도 전역에서 대규모 ‘반관광 시위’가 열렸던 이유다. 수만 명의 주민들이 ‘관광 중단’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오버투어리즘’에 거세게 항의한 게다.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ㆍ과잉 관광)은 특정 지역이나 도시에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공간을 점령하게 되면서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주민들은 그로 인해 주택난, 교통난, 환경난, 물가난 등에 시달리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이른바 ‘보복 관광’이 이어지면서 지구촌 곳곳이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명 관광지가 있는 도시마다 과도한 인파가 몰려 물가가 급등하고 소음과 사생활 침해로 주거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잦아진 게다.




▲이제 ‘오버투어리즘’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나 도시에선 관광객을 줄이기 위해 각종 명목으로 관광세를 걷고 있다. 부탄,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발리,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등이 해당된다.




최근엔 영국 맨체스터, 스페인 발렌시아와 바르셀로나, 일본 오사카 등이 신규 관광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의 일환으로 제주 역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뜨거운 감자’여서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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