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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13. 2024

소비자 주권론의 역설

임광철, 농부·前 서귀포시 농수축산경제국장



지난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한국에선 1958년, 노동절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됐으며, 세계적으로는 ‘국제 노동자의 날’로 불리고 있다. 노동자의 날은 140년 전인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8만명의 노동자들이 거리 파업 집회를 연 것을 시초로 한다.



노동과 노동자는 경영, 소비와 더불어 경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있어 경제는 경영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해 존재한다는 관점이 주된 생각이다. 특히 소비자 주권론이 강조되면서 생산의 과정보다 소비의 과정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비자 주권론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상품이 곧 최고라는 생각도 담고 있다. 이는 경쟁 우선주의, 승자 독식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요소가 되고 있다. 노동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숭고한 행위가 아닌 물건을 싸게 만들기 위한, 비용으로 보고 있다. 또한 획일화된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내야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대기업과 경영자의 논리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노동의 가치를 저하시키면서 노동으로 인한 급여인상을 억제하게 만든다. 값싼 노동력은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노동자 경제력의 감소는 생산된 상품을 사줄 능력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경제를 무너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수가 살아야 국가 경쟁력과 기업경쟁력, 그리고 경제가 발전한다. 대한민국에는 2800여 만명이 취업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의 부모, 자식, 형제, 친척, 친구가 노동자인 것이다. 이들은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소비자일 때는 ‘갑’이 되고 노동자 일 때는 ‘을’이 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이런 사회구조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저출산과 사회 갈등의 요인이 되면서 국민의 행복을 갉아먹고 있다.



소비자 주권론과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같이 가야 한다. 노동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보다 현실화 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행복지수가 올라갈 수 있다. 경제 선진국이지만 행복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이 존중되고, 정당한 휴식권이 보장돼야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고, 품격 있는 국가로 만들어가는 사회권 강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경영과 소비자 우위의 구조만 강조하면, 경제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시한폭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경쟁은 하지만, ‘같이’라는 가치도 함께여야 한다. ‘같이’를 가장 빠르게 파급시킬 수 있는 방법은 노동권의 존중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보다 강하게 만드는 길이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가는 길이다. 우리는 소비자 주권론이 우리 사회 중심에 흐르면서 경쟁의 길로 내몰리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가장 시급한 길은 노동, 복지, 서로의 존중, 행복지수 향상의 길이여야 한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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