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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13. 2024

캥거루족

김대영 편집이사



경제적·정신적으로 자립심이 부족하여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캥거루족’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캥거루족은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고 독립할 정도의 나이가 됐는데도 경제력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의 모습을 어미 캥거루의 배주머니 안에서 먹이를 받아먹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새끼 캥거루의 모습에 빗댄 표현이다.


지난 2010년대 들어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시작되고, 그보다 인구가 적은 1990년대 이후 세대들의 취업시기가 시작됐지만 정작 취업이 어렵거나, 경제적 독립이 힘들어지자 캥거루족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2030세대 10명 중 8명은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지난 4월 2030대 1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3%가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고 41%는 부모에게 월세나 용돈 등을 받는다고 답했다. 부모와 같이 살면서 용돈도 받는다는 응답은 7%였다.


2030대가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서’가 5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생활비 부담 때문에(17%)’,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3%)’,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7%)’, ‘목돈 마련을 위해(3%)’ 등 순이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87%는 추후 여건이 되면 독립할 계획이 있었다. 


독립을 생각하는 시기는 ‘취업 후’가 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취업 1~3년 후(28%)’, ‘취업 3~5년 후(13%)’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할 때까지는 독립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6%를 차지했다.


정리해보면 2030세대 청년 다수가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취업 후 독립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독립 의지가 부족하다기보다 취업난으로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캥거루족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은 경제적 독립, 결혼, 출산 등이 당면 과제지만 취업난과 주거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상 최악의 출생율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늘어나는 캥거루족은 더 이상 청년과 부모만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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