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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16. 2024

플렉스문화와 자기과시

김정숙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플렉스(flex)의 사전적 의미는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다, 구부린다’는 뜻이지만 SNS 등에서는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 자랑하다, 뽐낸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기만족이나 자기과시를 위해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보다 물질적·사회적으로 더 잘났음을 자랑하거나 과시할 때 사용된다. 




플렉스는 비싼 옷, 가방, 차 등을 구매한 후, 무엇을 샀는지 자랑할 때 ‘오늘 플렉스 했어~’라는 형식으로 사용된다. 친구가 비싼 물건이나 비싼 식당에서 밥을 샀을 때 ‘플렉스 했네~’라고 하기도 한다. ‘플렉스 하다’는 동사로 주로 사용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플렉스로 업로드되기도 한다. SNS로 소통하며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사치성 과소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타인에게 드러내며 자랑한다. 




플렉스 문화는 1990년대 미국 힙합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를 자랑하고 비싼 귀중품으로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되었으며, 유명 래퍼들을 중심으로 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래퍼 염따가 호화롭고 사치



스러운 내용인 FLEX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고 몇 해 전부터 패러디나 개그 소재로 활용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한 방송에서 염따가 명품을 자랑하며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고 한 후 사치성 과소비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의미로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최근 한 구인·구직 사이트가 2030세대 3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52.1%가 플렉스 소비에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자기만족이 중요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즐기는 것도 때가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 인생은 즐기는 것으로 생각해서, 삶에 자극이 되어서 순으로 나타났다.


플렉스 문화는 자기만족과 자기과시가 공존하는 문화다.



2030세대에게 자기만족은 중요한 가치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기성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사회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은 별개 주체로 여기고 싶은 심리로 고가의 명품, 호텔, 음식, 자동차 등 사치성 품목에 거리낌 없이 돈을 쓴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하면서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살았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플렉스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빈곤에 대한 역설의 표현이다. 




젊은 세대들이 플렉스 문화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현재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고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만연돼 있다. 부와 성공을 이룬 사람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으로, 나아가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 플렉스 소비를 하는 것이다. 




취업이 어렵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것이 어렵다는 불안한 심리에서 탈출하려는 욕구가 플렉스 문화로 표출되고 있다. 집이 없어도 자동차를 사고 명품 가방 정도는 소유하겠다는 심리가 플렉스 소비로 이어진다.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세대의 지나친 플렉스 문화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플렉스 문화를 젊은 세대의 일시적 경향이나 흐름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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