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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28. 2024

멍 때리기

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넋이 나간 것처럼 가만히 있는 상태를 ‘멍 때린다’라고 한다.




멍을 때리다가 간혹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뇌의 특정 영역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활성화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DMN은 멍 때리기를 비롯해 잠을 자는 등 외부 자극이 없을 때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때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오래 있으면 1등을 하는 ‘멍 때리기’ 대회가 올해도 열렸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잠수교에서 열린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는 80여 팀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는 10주년을 맞이해 당초 계획보다 10팀을 늘려 선발했는데, 경쟁률이 35대 1에 달했다. 참가한 시민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를 두고 미국 CNN은 “100명이 넘는 참가자가 주말 동안 요가 매트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신체적인 도전이자 일종의 예술 작품이며, 한국의 경쟁 사회로부터 잠시 휴식을 취하는 행사였다”고 소개했다.




CNN은 학업 스트레스와 성공에 대한 압박이 극심한 한국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번아웃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멍 때리기’ 대회에 이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잠 퍼자기 대회’가 열렸다. 




한강 야외에서 평온하게 잠에 빠진 진정한 잠의 고수를 찾는 행사였다. 서울시가 ‘멍 때리기’ 대회에 이어 마련한 이벤트다. 




잠 퍼자기 대회는 직장 생활, 공부 등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대회에는 잠옷 차림의 시민 100여 명이 참가했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살며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피로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현대인들은 뇌를 쉬게 하고 잠시 생각을 비우는 일은 시간 낭비이며, 자칫 경쟁사회에서 뒤떨어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수없이 생산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유용한 정보와 무익하거나 해를 끼치는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뇌가 쉴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멍 때리기’의 장단점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과연 시간 낭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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