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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27. 2024

법과 회복의 시간

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어릴 때 방송에서 ‘외국에는 부모가 자녀를 한 대만 때려도 자녀가 부모를 경찰에 신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 방송의 출연자들도 놀라운 외국의 사례라고 소개하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는 식의 대화를 나눈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르게 변화한 것 중의 하나가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다. 사람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뀐 편이지만, 법과 제도가 사람들의 인식보다 한 발 앞서서 변화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30~40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의 체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다녔을 것이고, ‘어제 엄마한테 맞았다’는 이야기는 학교 다니면서 한 두 번씩은 해 본적이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도 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는 체벌이 불가능하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자녀를 때리면 경우에 따라 아동학대범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1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해서 형법상 폭행, 상해 등의 물리적 폭행을 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방임, 정서적 학대도 모두 아동학대로 보고 있다.



현재 한창 사춘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의 경우, 체벌이 당연하던 시대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이렇게 변화한 시대에서 자녀들을 기르다보니 적응이 더 힘든 것 같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부모로서 심하지 않은 체벌을 하거나, 오래 서있게 하는 등의 벌을 줬는데 화난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동 학대’라고 하면 뉴스에서나 보던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생각했는데 자신들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하니 쉽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아동학대로 신고가 돼 경찰이 출동하면 일단 분리조치를 하고 조사를 거치게 되는데, 이 때 훈육에 해당하는 정도라고 판단되면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있지만, 단순한 훈육의 차원을 넘어 서거나 빈도가 잦아 상습적인 경우로 보이면 아동보호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물론 정도가 심각하면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게 되지만, 그 정도에는 이르지 않으나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동보호 사건으로 다루어지고, 아동보호사건에서는 접근 제한, 후견인 또는 친권 행사의 제한 또는 정지, 사회봉사ㆍ수강명령, 보호관찰, 감호시설위탁, 치료위탁, 상담위탁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일반 형사재판과 달리 처벌 보다는 가정의 회복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절차이기에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때문에 형사재판에서처럼 무죄를 주장하거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고 정상참작을 구하는 것보다 교육과 상담을 통해 가족이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고, 상담 등을 통해 서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법원의 절차라고 해서 무조건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 건강한 회복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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