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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29. 2024

‘팬덤(Fandom) 정치’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팬덤(Fandom)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적ㆍ사회적 현상을 가리킨다.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토, 집단 등을 의미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이다.




팬의 어원이 된 퍼내틱은 라틴어 파나티쿠스(Fanaticus)에서 유래했다. 원래 이 말은 교회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을 지칭했다. 그러던 게 중독자의 의미를 포함하면서 ‘어떤 것에 열광적으로 정신을 쏟는’ 퍼내틱이란 단어가 됐다.




▲팬덤은 통상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팬 집단을 일컫는다. 흔한 말로 ‘오빠(누나)’ 부대로 불리기도 한다. 간혹 ‘워너비(Wannabe)’나 ‘그루피(Groupie)’란 표현도 사용된다. TV의 보급과 대중문화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국내에선 1980년대 ‘가왕’ 조용필의 오빠 부대를 팬덤의 원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어 1990년대 가수 서태지가 청소년의 우상으로 떠오르면서 팬덤문화를 주도했다. 2000년대를 전후해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이 우후죽순 쏟아졌고, 결국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팬덤까지 낳았다.




▲팬덤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에도 이전됐다. 마치 연예인을 환호하듯 정치인을 따르는 ‘팬덤 정치’가 나타난 게다. 그 시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2000년에 이른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결성해 2002년 대선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끌어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으로 이어지며 많은 ‘정치인 팬클럽’이 생겨났다. 그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딸(개혁의 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팬카페 ‘위드후니’가 대표적이다.




▲팬덤은 이제 정치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팬덤은 각종 선거 등에서 지지하는 정치인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그런 만큼 정치인이 팬덤 없이 큰 선거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팬덤 정치는 자칫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극성 지지자들이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해 언어폭력, 욕설, 문자폭탄 등 배타적 행위를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팬덤 정치의 ‘빛과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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