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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n 04. 2024

복권(福券)

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후기 지금의 복권 형태와 비슷한 ‘산통계(算筒契)’가 있었다. 계원들이 일정한 날을 정해 곗돈을 낸 다음 통 속에 알을 넣고 흔들어 뽑힌 사람에게 많은 할증금을 주는 형태였다.




곗돈을 탄 계원은 도망하기도 했는데,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산통 깨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건국 후 최초로 발행된 복권은 1948년 런던올림픽대회의 참가비를 조달하기 위한 올림픽복권이었다. 이어 이재민 구호와 산업부흥 자금 및 사회복지자금 마련을 위한 후생복표와 애국복권 등이 발행됐지만 공적 자금 조달을 위한 일시적인 것이었다.




정기적으로 복권이 처음 발행된 것은 1969년 주택복권이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생방송 진행자의 멘트는 일요일 오후를 깨우는 희망의 목소리였다.




주택복권 초기 당첨금은 300만원. 지금으로서는 우습지만 1970년대 서울 18평(62㎡) 아파트가 70여 만원이었으니 1등에 당첨되면 서울에서 집 한 채는 사고도 남는 금액이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안겨줬던 주택복권은 ‘로또’에 밀려 2006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로또는 지난해 판매액이 약 5조6497억원일 정도로 우리나라 복권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2002년 시작된 로또가 물가와 집값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인생 역전’ 취지가 퇴색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또 시행 초기 400억원 당첨금도 나왔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거의 매주 당첨자가 두 자릿수로 나오면서 당첨금도 확 낮아졌다.



 


당첨금이 줄어든 이유는 로또 한 게임당 가격이 2004년 8월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려간 이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로또 가격은 변동이 없어 수요가 늘었고, 총판매 금액이 늘었는데도 1등 당첨자 수가 덩달아 많아지면서 당첨금 규모가 작아진 것이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로또 당첨금 증액과 관련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당첨금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권은 적은 돈으로 고액의 당첨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오락이다.




사행성을 지나치게 조장하지 않는 선에서 금액을 상향한다면 일반 서민들이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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