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일보 Jun 19. 2024

대왕고래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대왕고래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동물이다. 다 자라면 몸길이 24~33m, 몸무게 최대 190t에 이른다. 190t을 성인 한 사람 평균 몸무게(70㎏)로 환산하면 2714명에 달한다. 영어명은 블루 러퀄(Blue Rorqual)이며 흰긴수염고래 또는 흰수염고래라고도 부른다.




대왕고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그 수가 많았으나, 극심한 고래잡이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 전 세계적으로 1만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동해와 서해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1944년 이후로 보고가 없다.




▲한동안 잊혀졌던 대왕고래가 국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 ‘자원 빈국 한국에서 석유와 가스가 펑펑 쏟아질 수 있다’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이하 대왕고래)가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전격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왕고래는 포항 영일만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이다. 




정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철통 보안을 위해 석유·가스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가스전 후보지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그야말로 감짝 놀랄 뉴스였다. 대통령이 발표한 대로 실제 석유·가스가 존재한다면 우리도 중동처럼 산유국 반열에 오를 수 있어서다. 우리 국민이 석유 4년, 천연가스 29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추정된 매장량(140억 배럴)도 엄청났기에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이에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석유·가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거다. 한데 그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큰일 낼 것 같던 관련주들의 열기가 급격히 식어 하락세로 돌아선 게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12월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동해 심해가스전 유망구조 중 한 곳을 골라 첫 탐사 시추에 나선다. 올해까지 들어갈 ‘착수비’ 성격의 재원 100여 억원도 마련됐다. 연말부터 대왕고래 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1개에는 약 1000억원이 투입되며, 총 50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관건은 시추 예산 확보이다. 하지만 검증 부실 논란 속에 일부 자료가 돌연 비공개로 전환된 데다 야당의 자료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공사가 자초한 가시밭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맵부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