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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n 20. 2024

한라산 구상나무

김승종 논설실장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캐롤, 루돌프 사슴코 등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원추형 침엽수 ‘구상나무’는 한국 고유종이다.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에 분포하고 있는 한국 특산종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군락지는 한라산이다. 구상나무의 명칭도 제주도 사투리 ‘쿠살낭’에서 비롯됐다.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를 뜻하는 제주사투리로 구상나무의 잎이 성게 가시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주에서 쿠살낭으로 불렸다고 한다.




구상나무를 신종 식물로 발표한 사람은 영국의 식물학자 ‘어니스티 헨리 윌슨’이다. 윌슨은 1917년 직접 제주를 찾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채집·분석한 결과 기존의 분비나무와 전혀 다른 것을 확인하고, 1920년에 ‘아비스 코리아나(Abies Koreana)'라고 명명했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기후변화로 인해 10여 년 전부터 군락지가 급감, 결국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일로다. 




지구 기온 상승,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과 가뭄 등이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자생지는 해발 1400m 일대에서 기온 상승으로 현재는 해발 1700~1800m 일대로 옮겨갔으나 집단 고사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본부는 구상나무의 쇠퇴와 고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최근 3년간 한라산 구상나무의 암꽃 개화 상황을 분석한 결과 구상나무 한 그루당 암꽃이 2022년 평균 120개에서 지난해는 평균 8.1개, 올해는 평균 14개로 격감했다. 개화하지 않은 구상나무 비율도 2022년 25%, 지난해 52%, 올해는 39%에 달했다.




생육 불량과 수세 약화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한라산 구상나무의 암꽃 개화 상황이 좋지 않으면 새로운 번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집단 고사 피해는 늘고 있는 반면 번식은 줄어들어 해마다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한라산에 첫눈이 내릴 때 구상나무의 눈꽃을 볼 수 없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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