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빈 점포

by 제주일보

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김대영.jpg


주말을 맞아 방문한 제주시 칠성로 쇼핑거리는 ‘제주의 명동’으로 불렸던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아케이드 상가 2~3곳을 지날 때마다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다.




‘제주의 쇼핑 1번지’에 빈 점포가 늘어나면서 불황의 늪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상인들은 “경기 침체에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소비 부진 여파로 코로나 사태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 조사에서는 칠성로 아케이드 상가 4분의 1이 공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칠성로 아케이드에 있는 66개 건물, 310곳의 점포를 조사한 결과 77곳이 휴·폐업을 하면서 공실로 집계됐다. 점포 4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이처럼 빈 점포가 늘면서 방문객들은 더욱 줄어들고 상권은 점점 쇠락해 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빈 점포의 급증은 비단 칠성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제주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2%로 전년 동기 대비 5.9%포인트 증가했다.




제주시 일도1동 중앙사거리 상권의 경우 상가 공실률은 2022년 4분기 15.3%에서 2023년 4분기 20.2%로 급증했다. 또 제주시 노형오거리 상가 공실률도 3.0%에서 5.1%로 높아졌다.




경기 위축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자영업 매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상가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아 기존 자영업자가 영업을 포기해도 신규 진입자가 없다 보니 빈 점포가 늘어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빚더미에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다중채무를 진 제주 지역 자영업자는 3만4000여 명으로, 대출금은 총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중채무는 금융기관과 대출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도내 자영업자들은 금융기관과 대출상품을 통해 1인당 평균 4억2700만원의 빚을 졌다.




제주 지역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2020년 2만2000여 명·9조7000억원, 2021년 2만5000여 명·11조2000억원, 2022년 3만1000여 명·12조7000억원 등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저소득 빈곤층의 확대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지역 상권에 고객들이 돌아올 수 있는 구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티투어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