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이제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고 불려도 될 것 같다.”
지난 4일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른 후 김우진 선수가 한 말이다. 물론이다.
올림픽에서 통산 5개의 금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그는 고트다.
▲필자도 양궁 남자개인전 결승전을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기도하는 심정이었고, 마지막 ‘슛오프’에서 불과 4.9㎜ 차이로 김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장기적인 경기불황, 고금리,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국민들의 삶이 지칠대로 지친 이때 김 선수와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특히 김 선수가 3관왕에 오른 후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픈 말”이라며 “메달 땄다고 (자만에) 젖어 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고 내던진 일성은 감동 그 자체였다.
김 선수는 또 “올림픽 금메달을 한두 개 땄다고 해도 내가 운동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내가 딴 메달에 영향 받지 않고 나의 원래 모습을 찾아 계속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 같은 김 선수의 인터뷰 발언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조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선수는 고등학생 때 태극마크를 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양궁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에 뽑혔으나 출전 선수 3명에는 들지 못했다.
김 선수가 다시 한국 남자 양궁의 대표선수로 우뚝 선 것은 2015년부터다. 그 후 2016년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금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남자단체전, 혼성단체전, 남자개인전 3관광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전설이 된 것이다.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위세를 뽐내는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하게 된다는 뜻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김 선수가 후배들에게 경종을 울린 이유다.
김 선수의 뼈 있는 충고를 가장 새겨들어야 집단은 따로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거만하고 오만하면 다음 선거에서 틀림없이 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