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9월초다. 여름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이 더위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음식이 있어 다행이다.
첫 번째는 역시 자리물회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좀 거친 면이 있지만 제주사람에게는 거의 소울 푸드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고추장이 아닌 된장을 기본으로 한다. 요즘은 관광객을 위해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식당도 있다.
제주사람들은 자리물회를 어떻게 먹을까. 거의 덤비면서 먹는다. 새초롬한 모습은 없다. 자리와 오이, 양파 등과 함께 국물을 조선시대 하인이 먹듯이 먹어야 맛있다.
또 초가을의 더위가 가시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한치물회다.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라는 말이 있다.
자리돔은 몸집이 적어도 생선계의 귀족 ‘돔’이다. 돔 어종 특유의 지방질이 풍부하다. 이에 반해 한치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지니고 있다. 물회 맛도 그렇다.
자리물회에 비해 가시도 없어 다른 지역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다.
▲자리물회나 한치물회에 비해 인기도가 낮지만 제주사람들이 좋아하는 물회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소라(구쟁기)물회다.
소라 특유의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어릴 적 바닷가에 가 소라를 캐고 익히지 않은 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소라를 잡으면 주변에 있는 돌로 껍데기를 부순 후 내장 부위 등을 없앤 후 바닷물에 씻어서 입에 넣는다. 바닷물로 간이 돼 고추장이나 된장이 없어도 맛있다.
아이들은 자리돔이나 한치를 못 잡아도 소라를 직접 잡았던 추억이 있다.
▲제주산 소라 가격이 너무 떨어져 해녀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양홍식 의원은 배 한 개 가격이 1만1000원인데 소라 1kg 값이 3500원에 그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4960원에서 2022년과 2023년에는 3500원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날 오영훈 도지사도 “해녀들이 손해를 보면서 판매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 같다”며 “판로를 중국과 베트남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한다.’
프랑스의 시인 장 콕도의 유명한 2행시‘귀’다.
소라를 캐는 제주해녀의 귀에는 소라 값이 올랐다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