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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시론-당신을 지치게 하는 사람들

by 제주일보

이원후, 제주감귤농협 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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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지점장이 상담실을 찾아와 어딜 가나 성가신 사람들이 있는데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순 없고 만나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지혜를 요청했다.



대한민국은 피로사회다. 필자도 누군가를 만났을 때 피곤한 경험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가 지은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상담을 전개해 본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은 직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존재한다.



특히 친구 중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골치가 아프다.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엮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스트레스가 쌓인 경험이 있다.



만나면 앓는 소리만 늘어놓는 사람,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 눈치 없는 사람, 뒤에서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지금도 당신 옆에서 에너지를 빼가는 ‘그 사람’이다. ‘그 사람’ 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등장한다. 심지어 내가 원하지 않을수록 더 엮인다. 악의가 있지는 않아서 대놓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그러니 더 답답할 노릇이다.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그 사람’과 상생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하루를 망치지 않고 나아가 나의 인생이 꼬이지 않게 그 사람으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 있는 최상의 지혜를 살펴보자.



심리학자가 뽑은 ‘엮이면 피곤한 사람’ 유형 BEST 5는 ▲논리적인 척하지만 세상 기분파 ▲자신의 유능함을 내세우는 사람 ▲열등감 콤플렉스를 시한폭탄처럼 안고 사는 사람 ▲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비난을 퍼붓는 사람 ▲입만 살고 귀가 없는 사람이다.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했다면 어제 알고 있던 정보로 오늘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그에 대한 과거의 정보를 깨끗이 지워버리고 만나야 한다. 그래야 그에게 집중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는 호감을 가지다가 서로의 생각과 성격을 알고 난 뒤에는 소원해지거나 더 좋아진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버림’이다. 자기 버림은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에 집착하지 말고 상대방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경청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상대방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큰 비결이다.



과거 이야기만 꺼내면서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왕년에 권한이 있었고, 그것이 본인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사람일수록 정도는 더 심하다. 이러한 사람은 퇴직했을 때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인간적인 매력을 점차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대등한 관계에서 어울리는 모임 안에서는 엮이고 싶지 않은 피곤한 존재가 돼버린다.



‘그 사람’의 꼬인 성격은 변할 수 있을까? 한순간의 변화는 어렵다. 오히려 타인에게 지적 당하고 고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으면 심리적인 저항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사람과의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두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좋다.



지적하기보다 그 사람의 심리성향과 행동 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적절하게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 지혜롭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 사람들에게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이 돼버린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경우 섬뜩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어쩌면 피곤하다고 느끼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본인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자.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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