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Home과 House 소유에 대한 고찰

by 제주일보

박상섭 편집위원


박상섭.jpg


‘주택 청약 저축 30년/ 주택 담보 대출 이자 20년/ 집을 사려고 젊음을 보냈는데/ 나이 들어 알았네/ 그대만 있으면 가장 좋은 집이라는 걸.’ 박해경 시인의 디카시 ‘가장 좋은 집’이다.



나이 드는 게 벼슬은 아니지만 나이 들수록 지혜가 더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대만 있으면 가장 좋은 집이라는 걸 젊을 때는 모른다.



그러니 집을 사려고 그 좋은 젊음을 보내는 것이다. 사람은 집을 사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부모 잘 만나 집을 쉽게 마련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젊음을 불태워서 집 한 채 마련하라고 권장할 수는 없다. 사람이 살면서 집 사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House(하우스)와 Home(홈)의 차이는 뭘까. 물론 House가 Home보다 모음이 한 개 더 많다. 명사 House는 일반적으로 집이나 주택을 뜻한다. 이에 반해 사전적으로 명사 Home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집이나 가정(Family)을 뜻한다. 그러니 가족이 있는 직장인이 술을 마신 후 집으로 갈 때의 집은 Home을 말한다. 또한 혼자 살고 있어도 집에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으면 집이 곧 Home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려견도 없고 반려묘도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의 집은 House일까. 가족이 있어도 불화 등으로 Home이 House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누군가는 House에, 누군가는 Home에 살고 있다. 나이가 들면 스스로 내가 사는 곳이 House인지 Home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주지역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지 꽤 됐다. 그런데도 제주지역 전체 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가구가 무주택가구라고 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주택 소유 현황을 보면 제주지역 전체 가구 수는 27만1000가구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4만9000가구는 주택을 소유해 주택 소유 비중이 55.1%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나머지 12만2000가구인 44.9%는 집을 소유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택을 소유한 14만9000가구 중 32.9%인 4만9000가구는 2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있어 주택 소유에 대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홈(Home)을 가질 수 없기에 여러 채의 하우스(House)를 소유하고 있는 걸까.



가끔 바다에 있는 소라게(집게·게드레기)가 부러울 때가 있다. 이 친구는 비어 있는 소라껍데기나 고둥껍데기 등 몸에 맞는 패각을 발견하면 곧 그곳이 집이 된다.



집을 사려고 젊음을 보내는 사람보다는 영혼이 자유로운 생명체다.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8231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길웅의 안경 너머 세상-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