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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츠윌리엄 다아시 Jan 07. 2024

스카이섬

영국 스코틀랜드

첫째 날

Loch Lubnaig - Loch Tulla (Black Mount) - Glencoe (Three Sisters) - Fort William - Portree

 라이언에어가 그저 라이언에어했다. 호스텔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또 2층이 걸렸지만, 도미토리가 매우 넓어 캐리어를 바닥에 막 펼쳐놓고 바로 잘 수 있었던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4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가 호스텔 조식―영국에서 조식이 3파운드면 매우 싼 편이다먹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현지 여행사인 Rabbies에서 운영하는 2박 3일 스카이섬 투어―무려 숙박비를 제외하고도 271파운드다는 8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시간이 되자 가이드 Bruce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렀다. 총 16명이 튼실한 봉고차―스타렉스 따위와는 달리 웬만한 오프로드 위를 다니더라도 문제없을 것 같이 생겼다에 타며 스카이섬 투어가 시작되었다. Bruce는 매우 친절하고 밝은 사람이었다. 신나는 목소리로 인사하고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출발하고 나서는 각 손님들에게도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켰다. 내가 오늘 새벽 2시에 에든버러에 도착했다고 하니까, 오늘은 자기 설명 무시하고 차에서 자라는 농담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유쾌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의 발음이었다. 그의 말은 빨랐고 스코틀랜드의 독특한 억양도 섞여있어,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의 농담에 다른 사람들이 웃을 동안, 나만 웃지 못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가장 먼저 들른 Loch Lubnaig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피오르를 본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가, 호수와 그 뒤에 있는 산이 그저 밋밋하게 보였다. 그다음 Loch Tulla를 지나쳐 Glencoe에 갔다. 희멀건 안개에 가려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는 Three Sisters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스코틀랜드만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흐린 하늘, 안개에 가린 산, 그 산들 사이로 흐르는 좁은 계곡, 군데군데 있는 빨간 풀밭까지.

항상 날씨가 흐린 스코틀랜드에서는 무지개가 흔하다 | Three Sisters 사이로 가느다란 계곡이 흐른다

 이후 Fort William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졌다. 같은 봉고차에 탄 대만인 2명이랑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The Geographer이라는 식당에 들어가서 나는 15.5파운드짜리 피시 앤 칩스―메인 요리 중에서는 햄버거를 제외하고 싼 편에 속했다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한 명은 30세 의사, 다른 한 명은 22세 경찰이었다. 둘은 따로 왔지만 봉고차 안에서 이미 친해진 상태였다. 의사 친구가 허물없고 말도 많아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반대로 경찰 친구는 조용했지만, 관심사―나보다 더한 위스키 마니아였다―가 비슷해 점심을 먹고 주변 리쿼샵에 들르기로 했다. 피시 앤 칩스는 비싼 만큼 맛있었다. 간은 심심하지만 바삭한 생선튀김에 후추를 뿌려먹으니 딱 내 취향이다. 영국에 온 관광객 대부분은 영국 음식이 맛없고 단조롭다고 하는데, 나는 피시 앤 칩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가격만 싸다면 질리도록 먹을 자신이 있을 정도이다. 다 먹고 경찰 친구랑 리쿼샵에 들렀다. 우리나라에서 홈플러스나 트레이더스의 술코너만 들러봤지 위스키 리쿼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확실히 진열된 위스키, 특히 스카지 위스키가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가격은 기대만큼 싸지 않았다. 경찰 친구는 내가 모르는 위스키들도 많이 알고 있어 한 병 한 병 볼 때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신나게 설명해 주었다. 빨리 우리나라도 주세 부과방식이 종량세로 변경되어 위스키 시장도 대만처럼 커졌으면 좋겠다.

맛과 식감은 만족스러웠으나 군데군데 가시가 있었던 점은 아쉬웠다 | 눈이 휙휙 돌아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Fort William에서 Portree까지는 3시간 가까이 걸렸다. 3시간 동안 Bruce는 딱 한 번 Eilean Donan Castle―마지막 날에 다시 들른다이 보이는 Dornie에서 잠깐 내렸을 때 빼고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우중충한 바깥 풍경을 보다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형형색색 작은 숙박업소들이 모여있는 Portree에 도착했다. 각자 숙소가 달랐는데, 나는 Rabbies에게 맡겼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번 영국 여행, 아니 9월 여행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였다. 며칠 전에 Rabbies에서 숙소가 1박에 90파운드짜리 호텔 방으로 확정되었다고 메일이 왔었다. 처음에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호텔 주인에게 가장 싼 방으로 바꿔달라고 하면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가지고 왔었다. 하지만 호텔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런 거는 없고 이 방이 Portree의 웬만한 호텔 방들 중에서는 싼 편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 방에 묵게 되었다. 처음 방에 딱 들어가 보니 놀리지 않을 수 없었다. 1인실도, 2인실도 아닌 4인실이었던 것이다. 3개의 침대가 있는 이 방을 내가 혼자 쓴다고? 안 그래도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 이렇게 비싼 숙박비를 주고 필요 없이 과분한 방을 써야 한다니... 그 의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 친구는 숙소 예약을 직접 해서, 1박에 40파운드짜리 호스텔 방을 예약했다고 한다. 사실상 100파운드를 날린 셈이었다. 그래도 언제 이렇게 큰 방을 혼자 써보겠냐는 생각으로 애써 화를 참으며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Portree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전망 | 심지어 더블베드 옆에 싱글베드가 하나 더 있다

 Portree에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저녁을 먹기 힘들다는 Rabbies의 반복된 충고에, 첫날 저녁은 오전에 봉고차에서 급하게 예약을 잡았었다. 예약이 비어있는 식당들 중 최대한 싸 보이는 곳으로 했는데, 제공되는 식전빵과 소스를 보고 또 좌절했다. 여기도 내 돈을 뜯어먹으려 작정했구나. 메인 요리 중 가장 싼 돼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목살과 식감이 비슷한 부위가 버섯 소스가 뿌려진 채 불에 구워져서 나왔다. 맛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집에서 구워 먹는 목살이나 삼겹살이 자꾸 생각났다. 이렇게 또 30 파운드가 넘는 금액을 쓰고 나왔다. 이 외딴섬에서 쓸데없는 호화 생활을 누리니 자괴감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남은 영국 여행 기간 동안 짠돌이가 되기로 다짐했다.


둘째 날

Wee Fairy Pools - Glenbrittle - Talisker 증류소 - The Fairy Glen - The Quiraing - Kilt Rock - Old Man of Storr

 근사한 Scottish Breakfast―맛과 양에 화가 아주 살짝 풀렸다먹고 9시에 Portree Square으로 집합했다. 이날은 하루 종일 스카이섬 방방곡곡을 돌아보는 날이었다. 먼저 Fairy Pools로 갔다. 여기까지 가려면 가파른 골목을 걸어서 꽤 가야 하는데, 우리 무리의 연령대가 다소 높아 버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대신 Wee Fairy Pools로 방향을 틀었다. Wee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확실히 작긴 했다. 그래도 계곡과 폭포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계곡을 둘러싼 배경이었다. 검은 꼭대기만 절묘하게 안개에 가려져, 과장 보태 용이 살고 있을 법한 분위기였다. 계곡 주위에는 분홍색 꽃―네이버 렌즈로 검색하니 스타티스라고 하는데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과 어슬렁어슬렁 기어 다니는 양도 있었다.

두툼한 베이컨과 고소한 버섯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 야생 양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녔다

 이후 Glenbrittle이라는 해안가로 갔다. 주차장 옆 컨테이너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사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해변으로 나갔다. 날도 춥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 속에 따뜻한 차를 넣고 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말라비틀어진 통장을 생각해 참았다. 1시간 가까이 해변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봉고차에 타서 Talisker 증류소―게일어로 기울어진 바위라는 뜻이다로 갔다. 이 투어를 예약할 때는 이곳에 갈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아침에 Bruce가 이 증류소를 간다고 했을 때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단 내가 난생처음 방문하는 위스키 증류소이기도 했고, Talisker 10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셰리나 포트 와인으로 피니시를 한 피티드 위스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간판 앞에서 사진을 이렇게 찍어달라고 확실한 주문까지 넣어서 부탁하였다. Visitor Centre에 들어가니 수많은 Talisker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DIAGIO―수많은 증류소를 보유하고 있는 적폐 기업이다―소속 증류소들의 다른 위스키들도 몇몇 있었다. 우리에게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져서 대충 둘러보고 바로 시음하는 곳으로 갔다. 한 잔에 무려 7파운드로 매우 비쌌다. 하지만 위스키는 못 참지, 의사 친구랑 Port RuigheDistillers Edition을 한 잔씩 주문하여 나눠마셨다. 포트 캐스크 피니시인 Port Ruighe가 더 바디감 있고 단 맛이 진했지만, 그 외에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또한 짠맛은 났지만, 피트 느낌은 10년처럼 많이 나지 않았다. 여태까지 마셔보았던 세 종류의 Talisker 위스키 중에서는 밸런스가 가장 잘 잡힌 Distillers Edition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Tallisker 증류소로 가는 우리의 앞길을 막았던 소 떼 | 증류소는 해안으로 내려가는 언덕 중턱에 위치해 있다

 점심을 위해 잠시 Portree로 돌아왔다. 오전에 의사 친구가 알려준 편의점―Portree에 있는 단 하나의 식료품점의 Meal Deal로 저렴하게 점심을 때웠다. 4파운드에 샌드위치, 주스, 그리고 작은 간식까지 나름 가성비―물론 영국 물가 기준이다있는 구성이었다. 알차게 점심을 해결하고, 투어가 재개되었다. 오후에는 스카이섬 북부를 돌았다. 먼저 The Fairy Glen으로 갔다. 푸른 풀밭에 적갈색 식물들도 군데군데 펼쳐져 있었다. 신기했던 점은 언덕이 매끈하게 되어있지 경사지지 않고, 여러 층이 쌓여있었다. 무슨 자연현상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의아했다. 언덕과 큰 암석 위에 올라가서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와 다음 장소로 향했다. Uig에서 잠시 수제 Coo 인형을 구경하고 The Quiraing에 도착했다. 거대한 절벽이 비스듬히 있었고, 그 아래로 꼬불꼬불 1차선 차도가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자연하면 딱 떠오르는 그 이미지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말로 그 형태를 형용하기에는 내 어휘력이 충분하지 않다.

Coo의 털을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들었다 | 웅장한 자연을 찍어야 하는 영화감독이라면 이곳이 단연 1순위 후보일 것이다

 이후 Kilt Rock에 갔다. 이곳은 해안과 맞닿아 있는 땅과 수직인 절벽이었다.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보았던 것에 더 다양한 색을 입힌 느낌이 들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감상했다. 그다음 Old Man of Storr으로 갔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 오른쪽 창문으로 보이는 The Quiraing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Old Man of Storr은 독특하게 튀어나온 암석인 것 같았는데, 역시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질리도록 봤었던 남근석들에 비해 밋밋했다.

참 다채로운 절벽이다 | 딱 저 사진을 찍을 때 The Quiraing 위에만 구름이 없어 신비로운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저녁은 의사 친구랑 Bruce가 추천해 준 피시 앤 칩스 식당 Fish & Chips―식당 이름부터 근본이 있다서 포장해 와서 내 숙소 로비에서 먹었다. 11파운드에 다른 튀긴 생선 1마리에 감자튀김이 조금 딸려 나왔다. 정말 투박하고 전날 먹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만족스러웠다―물론 가시가 있는 것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쉬웠다.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서 IPA를 한 병 사들고 왔다. 숙소에 병따개도 숟가락도 없어서 당황했지만, 티스푼은 있어 마음을 다잡고 시도해 보았다. 물리 시간에 배웠던 지렛대의 원리를 복기하여 초집중을 한 상태로 신속하게 오른손을 내리니 병이 따졌다. 이때부터 주위에 있는 모든 물건으로 병을 따는 것이 소소한 취미가 되었다. 나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IPA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맞은 바닷바람을 날려 보냈다.


셋째 날

Sligachan - Eilean Donan Castle - Loch Ness (Fort Augustus) - Dalwhinnie 증류소 - Dunkeld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숙소와 작별 인사를 하고, 아침 일찍 Portree Square에 모였다. 먼저 유명한 다리가 있는 Sligachan으로 갔다. 이 다리 이름은 Sligachan Old Bridge으로, 대충 지어진 그 이름만큼 시각적으로 특별한 점은 없었다. 믿거나 말거나, Bruce는 이 다리 밑 강물에 7초 동안 얼굴을 담근 후 닦지 않고 자연 건조하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는다는 전설―나는 나 자신이 이미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따라 하지는 않았다을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다리 뒤로 보이는 산 능선이 매우 아름다웠다. 졸졸졸 흐르는 강―강의 폭이 갑천보다도 작은 계곡 정도였다과 맑은 하늘까지, 어제 보았던 The Quiraing 다음 멋있는 풍경이었다. 그다음 이틀 전에 멀리서 보았던 Eilean Donan Castle에 갔다. 호수 안에 덩그러니 있는 작은 섬에 있는 초라한 성이었다. 11파운드나 되는 입장료를 주고 내부를 구경했으나, 순전히 자신의 가문을 자랑하는 느낌을 받아서 매우 실망했다. 그저 멀리서,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을 바라보았을 때가 가장 멋있었다.

날이 맑아서 햇빛이 산과 계곡을 더 아름답게 해 주었다 | 굳이 저 성을 침략할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고 초라해 보였다

 이후 괴물이 나온다는 전설로 유명한 Loch Ness로 갔다. 가는 길에 Coo 농장에 잠깐 들러 눈앞에서 구경하고 직접 사료를 주기도 했다―손이 Coo의 침범벅이 되는 불쾌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Loch Ness에 나온다는 괴물 이야기는 어렸을 적 보았던 '신비한 스쿨버스' 덕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괴물을 발견하면 막대한 상금을 준다는 Bruce의 이야기에, 모두가 괴물 사진을 찍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시늉을 했다. Loch Ness의 남쪽 끝인 Fort Augustus에서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졌다. 여기서도 역시 전날 사놓았던 Meal Deal 세트로 점심을 해결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운하처럼 되어 있어 배가 지나갈 때 다리가 열리고 수면이 올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내 표정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 Loch Ness에서 River Oich로 흘러가는 물을 통제하는 운하

 다행히 Loch Ness에 괴물이 출현하지 않아 평화로운 점심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다 모이고, Dalwhinnie 증류소―게일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로 출발하였다. Talisker에 이어 Dalwhinnie까지 방문한다니, 너무 행복했다. 이 증류소는 하이랜드 지역에 위치해 있고, 무엇보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증류소에 도착하니 스카이섬보다 남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추웠다. 봉고차에서 내리자마자 열심히 사진을 찍고 바로 Visitor Centre로 들어갔다. 역시 DIAGIO 소속이라 Johnnie WalkerTalisker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의사 친구랑 같이 15년과 Winters Gold를 나눠 마셨다. 차갑게 마시기로 유명한 Dalwhinnie지만, 여기서는 냉장 보관까지는 해두지 않아서 아쉬웠다. 두 위스키에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둘 다 꿀의 단 맛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Winters GoldSpicy 했고, 바디감 더 있었다. 모두 호불호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Winters Gold는 정말 차갑게 해서 끈적하게 마셔보고 싶다. 이후 마지막으로 Dunkeld라는 마을에 들렀다. 넓은 공원과 호수, 돌다리가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건물들도 파스텔 톤으로 예쁘게 칠해놓아서 마음에 들었다.

겨울왕국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위스키인 것 같다 | Dunkeld는 발음에서 연상되는 느낌과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어느덧 2박 3일 동안의 스카이섬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중간중간 이동 시간이 최소 1시간 정도 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내가 영어를 잘했다면 각 장소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과 농담도 잘 이해해서 더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아름다운 절경들을 지겨울 정도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용암이 마른 모르도르와 닮은 산과, 맑은 계곡, 날렵한 절벽 등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300파운드 가까이 되는 돈을 지불할 가치가―숙박비만 빼면충분했던 2박 3일이었다. 영겁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엄청난 절벽들을 앞으로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사람은 비록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지만, 그 위대한 대자연을 눈으로 담고 기억할 수 있으니, 사람 또한 그만큼 위대한 존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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