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칼턴 힐 - Greyfriars Kirkyard - 국립박물관 - 에든버러 캐슬 - St Giles' Cathedral - 빅토리아 스트리트 - Johnnie Walker Prince Street
이후 남쪽으로 내려와 아점을 먹으러 식당 MUMS Great Comfort Food로 갔다. 처음에는 Scottisch Breakfast를 먹으려 했다가, 스카이섬 숙소에서 이틀 동안 먹었기 때문에 Eggs Benedict로 선회했다. 정말 맛있었는데, 빵 2개 계란 2개로 얼마나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배를 채우고 바로 옆에 있는 Greyfriars Kirkyard로 갔다. 이 공동묘지는 2가지로 유명하다. 먼저 14년 동안 자기 주인의 묘를 지킨 Greyfriars Bobby라는 개가 있다. 이 개는 묘지 입구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동상이 여럿 있고, 열쇠고리나 인형 등의 형태로도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이보다 더 잘 알려진 사실은 이곳의 묘에 적힌 이름들을 참고하여 '해리 포터' 몇몇 등장인물들의 이름—Tom Riddle과 Moody, McGonagall이 있다—이 지어졌다는 것이다. 먼저 와있는 관광객들 덕분에 Tom Riddle의 묘—정확히는 Thomas Riddell의 묘—는 금방 찾을 수 있었으나, Moody와 McGonagall의 묘를 찾는 데에는 꽤 걸렸지만, 한국인의 근성으로 기어코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답답함을 완전히 떨쳐버린 후에야, 다음 행선지인 국립박물관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내부는 꽤 컸고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도 다양했다. 하지만 뭐가 많긴 많은데, 볼만한 것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다 대영박물관에 가서 그런지 실속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쉴 겸 무료 와이파이로 친구들과 영상통화만 오래 하다 나와 에든버러 캐슬로 갔다. 전날 미리 예약해 둔 에든버러 캐슬 입장권은 13시 개시였는데, 더 일찍 도착했지만 입장시켜 주었다. 이 성 또한 도시의 건물들처럼 칙칙했다. 장식 없이 오로지 회색 벽돌 하나로만 지어졌다. 검게 그을린 부분이 많아 고생을 많이 한 성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성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스코틀랜드 왕이 사용했던 왕관과 칼, 지팡이 등 많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관은 13~14세기 동안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사이에서 계속 주인이 바뀐 이야기를 풀어낸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기념품점에서 뜬금없이 위스키로 만든 꿀 리큐르도 팔길래 시음해 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른 전시관에 갔다가 다시 들러서 한 번 더 시음했다.
St Giles' Cathedral에 들러 생생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하니 벌써 14시가 넘어있었다. 이 날 14시에는 아스널과 토트넘의 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Johnnie Walker 투어까지 시간도 많이 남아 숙소 근처 펍 Belushi's Edinburgh—숙소 쿠폰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에 가서 축구를 보았다. 펍은 사람으로 꽉 차있었다. 어디서든 축구를 볼 수 있게 가게 여남은 대의 크고 작은 화면이 펍을 둘러싸고 있었다. 앉을자리가 없어 맥주 한 잔을 사들고 서서 마셨다.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아스널에 선제골을 넣자 손흥민이 동점골을 넣고, 또 아스널이 골을 넣자 곧바로 손흥민이 균형을 맞추었다. 재미있는 경기 내용에 환호성과 탄성으로 가득한 펍의 분위기까지, 축구를 보면서 행복하다는 기분이 든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세상만사 걱정 없는 상태로 나와 Oink Victoria Street에서 하기스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 Johnnie Walker Prince Street으로 갔다.
Johnnie Walker Journey of Flavour 투어는 시작하기 전에 설문조사를 미리 해야 했다. 이 설문조사를 통해 6가지의 취향 중 자신에게 알맞은 1가지의 취향을 결정해 준다. 나는 Spicy가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Smoky가 걸렸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소독약 향은 싫어하지만 훈연 향은 좋아하는 내게 나름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투어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먼저 Johnnie Walker의 역사를 소개하는 쇼가 펼쳐졌다. 한 여성이 움직이는 바닥에서 뮤지컬 공연하듯 당찬 목소리로 연기하며 역사를 소개했다. 이후 시음 장소에 가서 Smoky 버전의 탄산수 하이볼을 마셨다. 맛은 아쉬웠다. 훈연 향이 세지 않고 맛도 밍밍했다. 무엇보다도 종이 빨대로 마시다 보니, 맛이 점점 이상해졌다. 하이볼을 마시면서 키 몰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시음하는 방으로 갔다. 각자 원하는 종류의 술 2잔을 마실 수 있었다. 나는 탄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Old Fashioned 2잔을 마셨다. 먼저 Spicy를 마셨다. 달지만 코가 뚫리는 알싸한 느낌을 받았다. 그다음 Fruity를 마셨는데, Old Fashioned에 내재되어 있는 그 단 맛이 물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Fruity라 더 심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아까워서 다 마셨다. 확실히 Old Fashioned는 오렌지 가니시의 상큼한 향이 가장 잘 맞는다.
살짝 알딸딸한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는 조금 추웠었는데, 술 때문인지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마트에 들러 다음날 아침을 산 뒤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숙소로 걸어가는 길은 너무 행복했다. 단지 술에 취해서만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니다.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을 따라 걸으면 오른쪽에 보이는 에든버러 캐슬과 일몰이 만든 분홍빛 하늘이 자꾸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후에 보았던 그 칙칙했던 성은 대신, 우아하고 위엄 있는 성이 에든버러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나 마음속에 에든버러가 스톡홀름과도 맞먹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에는 이 일몰이 한몫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것만큼 소소하지만 확실 행복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