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출발 버스에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바로 짐을 챙기고 나왔다. 메르주가까지 반나절이나 걸리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일러 문을 닫은 식당들이 부지기수였다. 다행히 문을 연 한 곳을 발견했다. 고민도 없이 들어가 메뉴판에 적혀있는 타코를 부탁했는데, 아침에는 딱 한 가지 요리밖에 안 한다며 그걸 요리하여 갖다주었다. 계란과 닭고기를 섞어 익히고 치즈 한 장을 올린 간단한 요리였다. 보기와 달리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식전빵 없이는 먹기 힘들 정도로 짜긴 했지만,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다 챙긴 영양 만점인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 먹고 직원에게 음식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알아내지 못했다.
이름 모를 아침식사 | 졸음이 쏟아지던 와중 칵테일에서나 볼 법한 색을 띠는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메르주가에 가는 길은 정말 지루했다. 타자마자 푹 잤지만 정오도 되지 않았고 다운로드한 드라마를 다 봐도 남아도는 시간은 온갖 망상을 하며 흘려보냈다. 중간중간 창밖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나 유럽과는 전혀 다른 풍경들을 보였다. 푸른 산은 거의 없고 다양한 흙으로 펼쳐진 탁 트인 경치 덕분에 눈이 심심하진 않았다. 잠깐씩 휴게소에 들러 일어날 때마다 뻐근해진 허리를 열심히 풀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든 번 넘게 밤을 새우며 근무했던 군 복무 시절 경험이 없었으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었다.
밤이 이슥해지고도 한참 뒤에야 목적지 하실라비드에 도착했다. 12시간이나 버스에 탔었는데 하차한 후에야 나랑 같이 핫산네에 가는 한국인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핫산네는 모로코 사막 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인데, 블로그를 타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그래서 과거에는 모든 국적의 사람들을 받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한국인들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직원의 안내를 받고 숙소에 도착해 보니 한글이 많이 보였고 늦은 저녁을 먹을 때에도 다른 테이블에 한국인들만 있었다. 나는 버스에서 같이 내린 사람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그도 나와 같은 교환학생이었다. 서로 여행 이야기를 하다 헤어졌다.
방은 무려 트리플룸을 배정받았다. 20유로에 트리플룸에 석식과 조식까지 제공해 주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물론 누가 아프리카가 아니랄까 봐 난방이 전혀 없던 점은 아쉬웠다. 버스에서 잠을 많이 잤다 보니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나가서 별구경을 오래 했다. 유튜브에서 별 사진을 찍는 방법을 공부해 열심히 찍어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핫산의 한국 사랑은 넘쳐흘렀다 | 고급 리조트 같았던 숙소 | 날씨만 덜 쌀쌀했으면 선배드에 누워 별을 구경했을 텐데
둘째 날
10시 일정 시작—1박 2일 오전 출발—이라 여유롭게 9시에 일어나고 싶었지만, 쌀쌀한 날씨 때문에 일찍 깨버렸다. 간단히 조식을 먹고 하루 종일 입을 젤라바를 고르러 갔다. 젤라바란, 모로코 전통 의상으로 온몸을 둘러싸주어 가벼우면서도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색상이 있었는데 살짝 붉은색을 띠는 모래색과 대조되게 파란색 젤라바를 골랐다. 얼굴에 두른 터번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숨 쉬는 게 불편한 것 빼고는 좋았다.
곧이어 다른 일행 3명도 내려와 젤라바를 골랐고 낙타가 있는 곳으로 핫산을 따라갔다. 가이드 하밋과 일렬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낙타 4마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앉아있는 모습이 특이했다. 뒷다리야 사람이 무릎을 꿇는 것과 비슷했는데, 앞다리는 사람과 정반대로 팔꿈치가 앞쪽을 향해 있었다. 관절이 사람보다 하나 더 있나 의문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는 하밋의 도움을 받아 앞에서부터 한 명씩 올라탔다. 엎드려 있는 낙타 위로 사람이 앉으면 하밋이 낙타를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물론 낙타는 천천히 일어나지 못한다. 뒷다리를 먼저 편 뒤 앞다리를 펴는데, 앞다리를 한 번에 확 펴다 보니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손잡이를 꽉 잡고 있으라는 하밋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뒤로 나자빠졌을 것이다.
화창한 사하라의 아침 | 나는 저들 중 맨 뒤에 있는 하얀 낙타 아밀란을 탔다
핫산과 떠나보내고 우리를 이끄는 하밋을 따라 길을 떠났다. 처음 말을 탈 때처럼 낙타가 뒤뚱뒤뚱하는 게 심하게 느껴졌다. 내 다리와 닿은 낙타의 배가 꿀렁꿀렁 움직이는 것도 실감 나게 느껴졌다. 등자가 없어 균형 잡기 쉽지 않았다. 낙타 위에서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안장과 손잡이가 없었으면 균형을 잡는 데에만 한세월 걸렸을 것이다. 천을 여러 겹 깔아 두어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30분 정도 지나고서부터는 엉덩이가 조금 아팠다. 그래도 무더운 공기와 뜨거운 태양에 비하면 버틸만했다.
처음에는 다들 서먹서먹했다. 애초에 4명 중 두 명만 같은 일행이었고, 나와 어제 같이 온 사람과도 아직 어색했다. 하지만 하밋은 꽤나 노련한 가이드였다. 자기소개도 하고 한국에 대해 막 물어보고 농담도 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데에 참 열의를 띠는 모습이 귀여워 우리도 열심히 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하밋은 프로페셔널했다. 얼핏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낙타를 탄 우리를 이끄는 듯했다. 그러다 사진이 잘 나오는 언덕을 발견하더니 낙타들을 일렬로 세우고 우리 사진을 찍어주었다. 또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는 우리를 다 내려주더니 각자 맨 앞 낙타 끈을 잡고 낙타를 끌고 가는 모습도 찍어주었다.
10등신 낙타들 | 사하라 속의 방랑자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사막을 감상하다 보니 13시쯤 중간 거점에 도착했다. 우리가 식탁 앞에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쉬는 동안 하밋과 미리 이곳에 도착해 있던 직원들이 점심을 준비하여 제공해 주었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푸짐하게 제공해 주었다. 과일이 가득한 샐러드와 계란으로 만든 모로코 전통음식인 샤크슈카, 커리향이 나는 닭요리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식탁이 가득 채웠다. 샐러드에 참치가 들어있던 점 빼고는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겨울의 존재를 모르는 아프리카의 태양 때문에 16시까지 이곳에서 쉬게 되었다. 그늘에서 쉬면서 수다도 떨고 낙타와 사진도 더 찍었다. 진로 이야기가 나와 내가 기술고시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다른 이야기 없이 곧바로 응원을 해준 사람을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보통 고시를 준비한다고 내 또래에게 말하면 "너가 왜 굳이 공무원을?"이나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지 않아?" 등의 반문이 먼저 나오곤 했다. 내 사정에 대해 따분히 설명한 후에야 "그래도 너랑 잘 맞을 거 같네." 등의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이 분은 그런 게 없었다. 지금까지의 내 상황이 어떻든 간에 오랫동안 깊이 고민한 끝에 나온 나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당시 나는 이분께 정말 고마웠다—고마운 만큼 말로 표현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직장인이었는데, 역시 몇 년 더 살고 사회생활 더 한 게 매우 크게 느껴졌다.
한참을 이야기해도 시간이 남아 옆에 있던 모래 언덕으로 올라가 모래 썰매도 탔다. 5년 전 호주의 포트 슈테판에서 이미 한 번 했었는데, 이곳은 사막이 아닌 사구이기도 하고 관광화가 되어 있어 언덕을 오르는 길이 다소 편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썰매를 탄 모래 언덕은 말 그대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자연산 모래 언덕이었기에 너무나도 힘들었다. 발은 푹푹 빠지는데 스키장에서 나뒹굴던 보드를 한 손에 끌고 가는 것은 고행이었다. 하지만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스릴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적당한 위치까지 올라가는 동안 쌓인 기대가 힘든 만큼 컸던 데에 반해 썰매는 매끄럽게 내려가지 못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처음 절반 정도는 내가 손으로 직접 끌면서 내려갔다. 아무래도 완만한 언덕을 골라서 실패한 듯했지만, 고갈된 체력으로 인해 다른 언덕을 시도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점심을 먹은 이 거점 말고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 보드를 끌고 열심히 언덕을 오르는 나
오전보다 짙어진 푸른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다시 낙타에 올라타 길을 나섰다. 사하라의 하늘은 항상 예뻤지만, 그중에서도 16~17시의 하늘이 가장 멋있었다. 고운 모래의 연한 황톳빛과 청명한 하늘의 푸른색 사이 경계선이 가장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엉뚱한 소리지만 사막이 비옥해 보였다. 사하라 더 깊숙이 들어가니 낙타 발자국이나 타이어 자취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낙타를 타는 데에는 익숙해져 자유자재로 사하라를 카메라에 담았다. 한 시간 정도 길을 가다 하밋이 우리를 멈춰 세웠다. 서쪽을 보니 해가 모래 언덕에 가려져 있었다. 능선을 따라 그 언덕 위로 올라갔다. 지평선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태양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다. 여기서 하밋의 뛰어난 사진 실력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시키는 대로 동작을 하니 멋진 사진들이 나왔다. 오직 사막에서만 찍을 수 있는 신기한 사진들을 찍어주었다.
하밋이 찍어준 트렌디한 사진들
사진을 찍느라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며 멍하니 일몰을 감상했다. 붉은 땅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정말 많은 일몰을 보았지만 이렇게 선명한 일몰은 처음이었다. 성스럽게 일몰을 감상하다 보니 하늘은 금세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흙을 털고 일어나 베이스캠프로 출발했다. 해가 있을 때 하늘의 파란색은 그라데이션이 있었지만, 해가 없는 회색 하늘에는 그라데이션도 거의 단색이었다. 왜인지 OS X에서 봤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점점 타락해 가는 하늘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태양을 경계로 생긴 결계 |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전혀 손색없는 사진
베이스캠프에 도착해 보니 사람을 보고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은 어둑어둑했다. 해가 사라지니 공기도 확 식었다. 하루 동안 고생한 아밀란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캠프로 들어갔다. 미리 도착해 있던 핫산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텐트에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 캠프 파이어 앞에서 민트 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핫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름 모를 비빔라면—고추장 같이 생긴 이상한 소스가 올려져 있었다—, 치즈 가지 쿠스쿠스, 타진, 찜닭 등 점심보다도 더 푸짐하게 음식이 차려졌다. 음식 맛은 평범했다. 후식으로는 석류 요구르트가 나왔는데,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배를 채우고 모두 캠프 파이어로 모였다. 핫산네의 다른 직원들도 모였는데, 이들은 각자 북 같이 생긴 타악기를 들고 왔다. 우리에게도 북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가장 기본적인 반주를 배운 뒤 모로코 전통 노래에 맞추어 북을 쳐보았다. 박자에 엇박이 많아 숙달하는 데 제법 오래 걸렸다. 우리가 북에 익숙해졌을 즈음, 핫산이 우리에게 한국 노래를 하나 알려달라 했다. 우리가 우물쭈물한 것을 보고 곧바로 장윤정의 '어머나'를 부르기 시작했다—소심한 한국인들을 위해 핫산네 직원들 모두 이 노래 하나는 외워두고 있는 듯했다. 10년 남짓 동안 들은 적도 없는 이 노래를 모로코에 와서 부르게 되었다. '어머나'를 부르며 북을 치니 노래에 집중하느라 손은 박자를 잃었다. 이후 하밋을 시작으로 해서 춤을 추었다. 춤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나로서는 대충 분위기에 맞춰 대충 덩실덩실 댔다.
넓어서 좋긴 했지만 너무 추웠다 | 북을 덥히고 있는 직원들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하밋은 떠났다. 이제 조용히 사하라의 밤을 감상할 시간이 되었다. 핫산이 베이스캠프 옆에 이불과 깔개를 모래 위에 깔아주었다. 우리는 옷을 꽁꽁 싸매고 거기에 누워 밤하늘을 감상했다. 캠프 파이어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매우 춥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일행 중 한 명에게 남는 패딩이 하나 있어 빌릴 수 있었다. 이 패딩 덕분에 편하게 별을 감상하고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봤던 밤하늘들 중 가장 많은 별을 품고 있었다. 내 시야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별들뿐이었다. 북두칠성이며 카시오페이아자리, 오리온자리 등 유명한 별자리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별똥별도 종종 떨여졌다. 대부분은 1초도 안 되어 사라질 정도로 짧았다. 그래서 별똥별이 꽤 많이 떨어졌음에도 소원을 빌기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다 가끔은 긴 별똥별도 떨어져서 다들 소원을 비는 데에는 성공했다—나는 '연애하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앞으로 이렇게 빼곡하게 밤하늘을 메운 별들을 볼 수 있을까? 추위를 버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오래 별들을 눈에 다 담고 텐트로 돌아왔다.
셋째 날
핫산네 숙소는 양반이었다. 이곳 베이스캠프의 공기는 12월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이미 시작된 일출을 구경했다. 태양보다는 구름이 더 인상적이었다. 누가 선은 그은 것처럼 구름 평면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곧이어 핫산에 지프차를 타고 우리를 데리러 왔다. 분명 전날 쉬는 시간을 빼더라도 낙타를 타고 4시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은데, 30분도 안 걸려서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이미 체크아웃을 한 상태였지만, 우리가 빈 방에서 씻을 수 있게 해 주었다. 하루 종일 사막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숨어있는 모래를 씻어내니 개운했다. 조식을 간단히 먹으며 전날 핫산에게 부탁한 페스행 봉고를 기다렸다—페스로 가는 탈 것을 전날 밤 핫산에게 부탁했었는데 봉고가 200디르함밖에 안 한다길래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특이한 구름과 함께하는 사하라의 아침 | 장군들이 칼을 차고 당당하게 영채로 걸어 들어오는 사극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내가 탈 때는 봉고에 운전기사와 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외국인들을 하나둘 태워 어느새 만석이 되었다. 그렇게 쾌적하게 갈 수 있겠다는 기대는 산산조각 나버렸다. 페스까지 가는 동안 두어 번 정도 쉬는 시간을 주었다. 점심쯤에는 어느 이름 모를 마을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40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주었다. 알아서 점심을 해결하라는 의도였는데, 정말 시골 마을이라 주변에 문을 연 식당이 한 곳밖에 없었다. 나름 아침을 먹기도 했고, 숙소에 있는 주전부리를 조금 훔쳐와서 점심은 굳이 먹지 않았다. 대신 이 마을을 조금 둘러보았다. 정말 흙으로 된 건물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인터넷의 존재를 알까 싶을 정도로 정체되고 처량해 보였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도 몇 없는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말라버린 강, 사막이라 안쓰러워 보인다 | 단조로운 모로코 시골에서 유일하게 다채로운 색을 내는 놀이터
한참을 또 가다 아즈루 원숭이 숲에서 잠시 정차하였다. 야생 원숭이들이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마냥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만져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귀엽게 생긴 동물이 아니라 그런지 내게는 신기하기만 했지 흥미는 가지 않았다. 사진만 몇 장 찍고 스트레칭을 한 뒤 바로 봉고에 탔다.
다소곳이 앉아 사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바르바리마카크들 | 차에 타고 안달인 야생 개들과 원숭이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 단 하나의 목적을 대라면 광활한 사막이었고, 사하라는 그 기대치를 상회하는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유럽에도 정말 아름다운 경치들이 봐왔지만, 대부분 나무와 풀밭의 청청한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사막은 이들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은 어떠한 생명체도 품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단 두 가지의 선명한 색으로 강력히 피력하고 있었다. 사막이 아니면 푸른 하늘에 소리 없이 반항하는 붉은 대지의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 꼭 사하라가 아니더라도 살면서 적막하고 광활한 사막에 꼭 한 번 가보기를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