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그라미는 뭐야?

76. 꽃부리의 이야기 <25년 7월 15일>

by 임선영

만남이 많은 달 외조자는 집에서 나이 들었지만 내조자의 코믹한 생활에 길들여진 체

나이 들어감도 잊었는지 "당신만 내 곁에 있으면 난 happy 야" 연발하는데 난 발길이

요 사히 부쩍 밖으로 돈다. 내 탓도 아니다 어느 사이 그리 발이 넓어졌는지 성격이 밖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여기저기 형님, 언니, 야 불러대는 횟수가 너무 많아졌다.

여기는 이래서 빠지면 안 되고 저기는 저래서 빠지면 삐져서 외로워지고, 이쪽은 너무도

때가 묻지 않아서 보호해야 하고... ㅋㅋㅋ

핑계가 외조자 마음을 상하게 하는 날들 때문에 어느 날 글을 쓰다 우연히 마주친

달력에 눈이 머물렀다. 날자에 동그라미 천지다.

이게 뭐야 하고 들어다 보니 내가 나가는 날들이다.

"여보 이게 뭐야 뭐 하러 이렇게 동그라미를 쳐서 나 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거야?"

"아니 그냥 하도 나가는 날이 많아서 한 번 쳐 본거야"

벼룩도 낯짝이 있지 혼자 집에 놔두고 나가는 날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정말 웃기는

일들이다. 망팔인 마누라 치매 안 갈려 친구들 만나서 좋고 뼈 온전해서 걸어 다녀서

좋다고 한 때는 언제이고 동그라미 치면서 얼마나

" 참도 서대고 다니네 영감 집에 두고" 하면서 미워했을까.

난 화도 났지만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참 외로웠나 보다 날 기다리는 집에서....

"여보 어쩌다 나 같은 마누라를 만나서 당신 고생이네, 미안해"

" 아니 괜찮아 나가면 일찍 와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

오늘도 친구들을 만나서 희희낙락 즐거워하다가 동그라미 이야기를 하며

일찍 오늘은 들어가서 위로해야 한다 하니...

친구들은 일제히 웃으면서 " 야 난 영감 살았을 때 술을 하도 먹어서 술 먹었던 날을

동그라미 쳤었지" 하는가 하면

또 한 친구는 "야! 난 대신 얼마나 밖으로 나 댕기는지 하도 나가서 남편 외출 하는 날을

달력에 동그라미 쳤단다. " 그런데 너는 네가 그 사건에 범인이네 하며 그 범인들 중에

한 팀인 친구들은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나이 들어 보니 좋은 만남은 축복인 날인 것을 알게 된다.

자꾸 세월이 야속하여 쓸쓸 해지는 즈음 친구도 떠나고

슬픈 소식만 들리는 시간 시간들......

큰 부자는 아니나 자신도 비우며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살 수 있어서 좋은 날들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며 보내려 하다 보니 너무 나가는

날이 많았던 이 나이에도 철이 덜 들어 외조자의 외로움을 등한히 한 죄...

난 한바탕 웃음으로 잘못을 용서하라고 넋두리를 해가며 화가 나서 말도 못 하고

" 당신은 키스도 할 줄을 몰라"

하는 늙은 짝에게 쭈굴쭈굴한 입을 쭉 내밀고 "쪽" 뽀뽀를 한다.

미쳤다며 만사 오케이다. 활짝 웃고 잘도 넘어간다.

인생사 다 무엇이 있겠는가. 잘못된 일도 아니지만 서로 외로워서 생기는 일

알고 웃으며 넘기면 그뿐 그렇게 마음이 여유로워진 인생이 이미 우리 앞에 서서

또 가는 날까지 웃으며 이렇게 그날 이런 날들의 일들을 습관대로 글로 남기는 글쟁이는

남들이 보면 웃기는 일들을 붙잡고 큰 일이나 하는것 처럼 해 치우며 아침 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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