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소낙비

77. 꽃부리의 이야기 <2023년 7월 14일 >

by 임선영

10여 년 만나지 못한 어떤 사람이 보고 싶어 전화 걸고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난 그동안 나쁘게는 살지 않았구나 느끼는 하루다.

거세게 몰아치는 빗속을 뚫고 주름은 좀 더 늘었어도 애잔한 모습을 하고 큰 가방을 들고

눈웃음 살살치며 "선배님" 부르며

나를 맞이하는 사람 있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쳐다보는 쏟아지는

빗물처럼 마음을 사로잡는 정, 늙은 시인의

가슴에 소낙비가 정을 담고 흘러내리는 날이다.

자연의 그림은 가장 훌륭한 부분을 그리며

조각은 가장 훌륭한 부분을 조각하며

웅변은 가장 훌륭한 부분을 말한다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글은 가장 마음이 흘러간 곳에 펜을 들게 될 것이다.

내 오늘 일기는 가장 훌륭히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글이

써짐은 말할 나위 없는 일일 것이다.

아름다운 몸매가 아름다운 얼굴보다 낫고 아름다운 행실이

아름다운 몸매보다 낫다 하지 않던가

아름다운 행실 마음 씀씀이는 예술 중에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 아니던가.

지난 옛일을 더듬어 정을 기억하고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져서

굵은 비를 뚫고 뚝뚝 떨어지는 빗물 사이를 뚫고 오는 사람

우산을 들고 서서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

이 세상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일이면서 한 편의 예술품이다.

특이 도덕이 무너져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에 눈멀어

도미덕풍의 바람이 불지 않는 세상이 돼 여가는

요즈음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일 승화된 예술품인 것이다.

내 거기에 나에 작은 정성을 들이고 귀한 시간을

같이하며 사랑처럼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담소하는

시간은 어떤 시간보다 더 소중하고 귀한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랑이 다복한 날인 것이다.

소낙비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두 잔의 힘과 사랑

난 이렇게 오늘 하루의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군자의 교제는 담박하여

오래 지속된다 하였지

내 앞에 군자가 앉아 있으니

소인의 교제는 담술과 같이 달콤하니

이 아니 경사 하니던가

어찌 이익만을 생각하고

이 자리에 앉아 정담을 나눌 것이던가

아름다운 이 자리 내 남은 생

몇 번이나 있으려나

아마 없을지도 몰라

이해관계 없어지면

교제도 끓어지는 요즈음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시간이 흘러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의 말씀이

생각나는 하루 마음에 정의

소낙비로 주룩주룩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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