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 핀 달

92. 꽃부리의 이야기 <2023년 9월 21일>

by 임선영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남이섬의 그날은 낮을 잊은 듯

안개비 담뿍 내리듯 어두워지며 달이

하늘에 여러 개 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IQ84에 나오는 말

갑자기 생각나는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존재의 내부에 깃든 공백을 메꾸는 일 어려운 상실의 시대에

젊음을 잃어가는 우리들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

가끔은 비 오는 창밖을 쳐다보며 생각에 젖곤 했지.

오늘은 모처럼 사랑하는 벗들이 모여 즐거운 자리에 난

엉뚱한 생각으로 창 밖 모습에 젖었었지.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

"아오마네" 천부적인 문학성을 지닌 열일곱 소녀를 만나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가 지망생 "덴고"

그들 앞에 펼쳐지는 IQ84의 세계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두 남녀는 몇 개의 달이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만나게 될까?

우리는 덴고와 아오마네 의 사랑을 아니어서 그러한가 사진 속의

강변 위에 떠 있는 비 속의 달은 상상을 초월하여 우리 영란의

우정이 어떤 사고를 쳐서 무엇으로 즐거울까?

기대하며 쳐다본 창밖 하늘에서 여기저기 꿈을 꾸라는 듯 달이 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하는 비 오는 날의 사진 속에 담긴 남이섬의 창 밖

내가 사랑하는 창 안의 그녀들의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하는 소리가

문득 상상을 깨부수며 "찰칵" 실수로 벌건 사진이 된다.

색이야 어쩠던 참 예쁘기도 하지 그 세월에 잃어버리지도 않은 것은 해맑은

친구들 만남 속에 울려 퍼지는 웃음의 하모니 상상의 달이 100개가

뜬다 한들 이 웃음 속에 묻혀 버리겠지.

이젠 상상을 뛰여 넘어 달 속에 토끼가 뛰어 내려온 듯 비 오는 날의 남이섬 뜰에

뛰어놀며 지나가는데 "아이고 저 토끼 귀엽다" 소리 지르기보다는 그냥 무심히

자연의 한 현상으로 쳐다보며 "애 벌리고"도 견디는

무심의 상태로 그저 비 안 맡고 앉아있다.

우리는 인연이 자신의 전 생애를 지배하는 속에서 살아온 세대

그 회상이 가슴을 건드려 쓰고 그리고 달래며 사는 세대들 아니던가?

그러나 삶은 다르게 인연들의 비 정상적인 품세에 당연성을 부여하며

인정하고 가야 할 세대와 같이하는 기로에

서 있으며 그리고 세월 속에 비워서 얻어지는 만족을 즐기는

세월이 되었지 않은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온 적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던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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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나에게 바라는 것을 말하라" 하자

디오게네스는 태연하게 "햇볕이나 가리지 말아 달라" 말했다.

대단한 이야기다.

구하는 바를 최소화 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라는 뜻을 이제는

알아차리는 친구들, 때 묻지 않았던 그 시절로 간 듯

만남 속에 쳐다만 봐도 그냥 싱그러운 웃음 속 여인들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놓아 쌓아서 이룩하는 삶이 아니라

욕망을 제거하고 번뇌를 없애면서 살아가는 보살들

가득한 세계에서 나도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처럼 젖는다.

이렇게 고운 인연들이 내 친구라니 참 행복한 나들이구나

생각을 하니 그냥 뭐든지 퍼주며 즐기고 싶은 푼수가 된다.


참으로 즐거운 일이야

여고시절의 마음을 내놓고

"위하여" 그 말은 보물이 로고

덧없는 세상에 무슨 미련 있겠는가

허무하구나 인생사 다 폭풍 앞의 꽃잎이로다

지금 여기 웃음 흩날리는 날도

한낱 어느 가을날 나들이처럼 지나가는 꿈인 것을....

달과 꽃을 마음대로 다 보았으니

덧없는 세상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볼 수 있어 행복했고 걸을 수 있어 즐거웠고

느끼게 해 준 그대들 친구임이 좋은 것을...

가슴에 깊이 들어온 말이 때린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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