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短想

120. 꽃부리의 이야기 <2010년 11월 23일>

by 임선영


부산으로 문학기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일이 벌어진 꿈같은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여행을 같이 한 사람 중 2명이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살았던 인연을 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처녀 선생이었던 그 선생이
예뻐서 첫사랑으로 어디서 무엇하고 계시나 보고 싶었다고...
그 제자도 교사로 변해 있었고 한 사람은 글쓴이의 친구로
나이 들어 친구의 문학 기행에 따라가 만났고
또 한 사람은 제 이웃으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인연이
보고 싶었다며 올 줄 알았다고 하며 포옹하는 순간

너무 벅차 부산 여행의 가을이 소낙비 처럼 쏟아진다.
우연히 꼭 만나 보고 싶어 했던 인연들의 만남 성인이 꼭
만나야 할 제자를 만나는 터에서 만남의 기적이 이루어지다니...
누군가가 뒤에서 웃음 섞인 박수들을 치며
"누가 소설 쓰고 있는 거야" 한다.

소설처럼 이미 우리는 정해져 있는 길을 모르고 갔을
뿐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인연을 맺는다. 불교에서는 인연은
어떤 것을 연하여 일어난다 한다.
연기설 상호관계에 의해서만 존재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는 것과 전생에 수만
번을 만나야 현생에서 한 번의 옷깃을 스치는
인연으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긴다.

그렇다면 우리의 만남은 얼마나 깊은 인연인가.
옷깃을 스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알아보고
만나서 얼싸안았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 사람과는 운명일까
필연일까 이상한 마력에 끌리여 많은 생각과
많은 시간을 상념에 빠져 본 적이 나는 있다.
그것은 전생의 남아있는 고리인 것을
느끼기도 하였었다.
인연이란 하나의 축복된 기회라고 본다.
큰일을 공심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물질적인
부분은 생각도 못했던 장소에서 비 쏟아지듯
천록을 꼭 주시는 순리를 많이도 경험했으나
그 보다 더 큰 서로 상통하는 인연을 만나서
뜻을 맞추어 같이 간다는 일도 더 중요한
일임을 실감을 하며 가는 길이다.
인생이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존재다.
이 흐름 속에 소중한 작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일처럼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사람도 실력도 부족한 자리에서 서로 뜻을
비비고 마음을 모아서 처한 일을 해결해
가는 일은 당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를 것이다.
이런 인연의 만남을 통해 인생은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 흐름에 따라 지나간 것들은 묻어 두워야
할 것도 있고 때로는
묻어 두었을 때 더 값지고 소중한 인연의 아름다움이다.
인연이란 마음 상태에 따라 움직이는 거다.
아름답게 지켜보면 아름답게 남는다.

일부러 무 자르듯 끊는다고 한들 끊을 수 없는
것이 인연이다.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질의 소유보다는 정말 좋은 인연을 하나
만나기 위해, 만들기 위해
우리는 말과 입과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는 인복이 없어하는 소리를 많이 한다.
인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하고의 관계에 저축을 하지 못한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좋은 인연은 결국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안다.
내가 좋은 인연이 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또 내가 그런 인연이 되었을 때
상대도 나에게 좋은 인연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삶의 체험을
통해서 아는 일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전생에서
억만 겁의 인연이 금생에서 돌고 돌아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의 고리가 엮이는 것처럼 인연은 어쩌면
풀기 힘든 수학공식이 빼곡히 적힌 메비우스의 띠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뾰족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는 인연도 자신의 모난 점을
세게 때려주는 정 같은 역할을
하였기에 그 인연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찾아오는 인연이나 내가 찾아야 할 인연들은
모래알처럼 많다.
그 인연의 바다에서 유영하며 인연들을 사이로
헤엄치며 즐기는 일이야 말로
세상을 사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사람에 대해 알고자 했던 학문적인 어떠한 공부보다
페르소나 <persona>를 벗고 가식 없이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 우선시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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