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꽃부리의 이야기 < 2018년 1월 13일>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얼굴에 새겨져 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삶의 흔적들이 도시의 화려함과 물질의 홍수에 사라져 가는 시대, 거기에
오직 남는 것은 한 사람의 표정과 웃음과 곱게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자신의 얼굴인 간판에 남는다고 나는 늘 느낀다.
첫인상, 얼마나 중요한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가고 나면 처음 대하였을 때 쓸데없는 망상처럼 여겼던 첫 느낌이
맞아떨어지는 신기(?)를 나는 도대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만든 신비로운 자연의 풍경도 경이롭지만
아주 오래된 이야기처럼 골골이 쌓인 얼굴에 표정이 그 사람의 인생을
엿보는 거라면 우리의 곰삭은 세월이 눈 녹듯 내려앉은 과거 현재의 표정의
숨결을 결코 함부로 할 수도 없고, 잘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의하다.
그리운 흔적 속에서 현재를 살아갈 향수를 품은 그 얼굴
가끔 꼴 보기 싫다가도 쳐다보면 고향처럼 푸근 해지는 사람
그것이 긴 세월 잘 맞추어 살게 한 비결인지도 모른다.
눈을 흘기다가도 얼굴만 보면 그만 웃음이 터지는 비결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마음으로 전하는 처절할 정도의 진정이 전기처럼 찌르르 전해지는
기운을 아직 흡수하지 못하는 공부 탓일까?
난 오늘 그것을 발견하는 행운을 가진다.
아! 거기에 그 얼굴이 그렇게 화나다가도 풀어지게 하는 흔적이었구나 하고.
내 심장이 뻐근 해 지는 시간이 수시로 있는 나이 진하게 들어가는 시기
눈을 감고 주문 한 구절을 소리 없이 외우다 보면 눈꺼풀은 어느새 내려앉아
이승에서 저승의 길로 간다.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 나를 잊는 시간이다.
단 꿀 같은 잠 한 소금을 잤나 하고 눈을 뜨니, 추운 날씨 소파 위에 잠든
내 몸에는
따스한 오리털 이불이 덮여 있고 TV는 꺼져 있고 집은 정적에 쌓여있다.
"여보 어디었어"
넓은 삶의 터전에 메아리만 터진다.
더 쓸쓸 해진다. 문득 나 혼자라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이 확 가슴으로 온다.
일어나서 따뜻하게 차 한 잔을 데워서 허전한 마음을 녹인다.
대문 소리가 나며
"어, 당신 일어났네, 따뜻할 때 어서 먹어"
내미는 손 안에는 말해 놓고도 까막 득하게 잊어버린 엊그제 무심코 한 말이
들어있었다.
엊그제 " 여보 나 애기 서는 것 같이 갑자기 왜 찐빵이 먹고 싶네, 언제 우리 찐빵
사 먹으려 갑시다"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해 내여 따뜻이 재워놓고 아내를 위해 추운 날씨에 헤매며
찾아서 따뜻이 감싸고 사 온 찐빵......
"당신 먹고 싶었잖아" 하면서 아내를 바라보고 서있는 그 얼굴에서
나는 세월의 흔적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구나를 순간 느낀다.
가정을 따뜻이 지키는 그 정성, 그 품 안에서 조금만 같지 않으면 불평을
타다닥 늘어놓았던 내 얼굴에 새겼던 세월과 비교를 해 본다.
은하수 같은 삶의 한 자락 잘 마련해 주고 싶은
그대의 그 마음
그대의 그 표정,
그대의 그 정성,
흙은 하늘이 돌봐 주지 않으면 옥토가 되지 못하고 황무지가 된다 하였지.....
하늘 같은 찐빵 든 내조자는 이제 좀 활짝 웃으며 즐기라고
황금빛 햇살의 모습으로 셔터를 팍팍 찍어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들고........
작은 것을 통해 깨침을 주는 당신
감사를 발견하는 그 표정 그 얼굴 찐빵보다 더 따스한
한 수 위인 당신이 나의 보호자라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지.
한 단계 아래인 내조자에게 생사 대사의 남은 자리
곱게 보따리 싸는 법을 인도하는 당신은 스승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