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꽃부리의 이야기 <2023년 10월 25일>
한 푼 두 푼 모아 온 쌈짓돈 들 내놓고 고향 친구들 맞이하여
대접들 한다고 애쓰는 친구들 고맙고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도 멋진 전통차 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
사주어야지 마음 가지고 인사동 쌈짓길을 걷다가 쌈지길 터에 앉았다.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알록달록한 벗들의 웃음 띤 모습과 울긋불긋 멋을
부린 익어 온 모습들이 참 온화한 가풍이 스며들어있다.
쌈지길 담을 타고 늘어져 악착같이 오랜 세월 타고 올라가 멋진 그림을
그리는 덩굴처럼 희로애락의 언덕을 잘도 잘도 견디며 타고
올라온 세월들을 달고 자리 잡은
인생의 스승 같은 벗들을 바라보며 난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장허이 그대들 긴 세월을 잘도 살아 이쁘게 들 늙어 가는 구려"
"여기서 사진 한 장 남겨야지"
내 마음을 읽는 듯 지나가던 외국인이 괜스레 날 보고 씽긋 웃는다.
때는 이때다, 짐작으로 꼭 일본 사람 같은 사람이 걸어가는데 다짜고짜
쪼또라는 말이 웃겨서 기억한 일본 말
한 구절을 에라 모르겠다 짓궂게 써먹으며
"쪼또맛데 구다사이"
< 잠깐만 기다리세요>
한 장 찍어 달라고 핸드폰을 드리 댄다.
통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찰칵찰칵 몇 장을 찍어대며 활짝 웃으며 떠난다.
입은 안 열어도 알아듣는 품이 중국 사람인가?
에라 모르겠다 알아들었으면 됐지, 염치 불고하며 비위도 좋은 할머니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저 즐겁다.
할머니의 행렬이 참 구성지고 이쁘기도 하다
"지 눈이 안경이라" 하지만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는 구석이 한 군데도 없는 벗들
인사동 여행객들이 다른 지방 늙은 부자 할머니들이 서울 관광 와서
길거리 한 복판에서 때로 사진 찍는 줄 알겠다.
인간이 삶을 살아오면서 지켜야 할 율의 계정이 있다
심신을 잘 다스리고, 번뇌와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바른 마음의 행로를 잘 이끌도록 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화합을 하며 고운 모습이 된다 하였다.
그래서 생기는 세 가지의 청정함이 있다.
몸의 청정함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구질구질하면
사람들이 옆에 잘 오질 않으려 한다. 그래서 깨끗이 가꾸며 늙어가야 한다.
바라보는 벗들의 행색이며 모든 행동들 모두 청정함이다.
둘째는 말의 청정함 이려니
거짓 없이 솔직한 대화 서로 이간질하지 않고 요것 저것 잘해주려
하는 고운 마음씨 악담하지 않고 잡담하지 않는 지적인 말의 청정이리라.
셋째는 생각의 청정함일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바른 견해를 가지고
상대방을 보살피는 생각의 청정함 일 것이다.
이 세 가지의 부덕을 잘도 유지하며 벗들과 잘도 잘도 지내고
서로 다독 거리는 모습이 그 율을 잘 지키며 살아온
우리 팔순 벗들의 대로행 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이의 만남에는 서로 영혼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이
그리고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곧장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 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라 하였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끝없이 자신을 가꾸고 다스려야 하는 벗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의 행렬은 희희낙락 온통 세월을 잊은 채 시끄럽다 인사동 길이...
이 정도를 갖춘 벗들과 인사동 골동품 거리를 떠들며
걸어도 걸일 일 무엇인가.
우리는 멋지게 늙어가는 옛 전주 고을의 여인들이렸다.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망팔이 대수냐 너희들 눈이 즐거울 것이다.
자신 있는 발걸음들 옛 선비들 아낙들 아니었던가?
걸어가는 옛 선비의 길에 가야금 소리 울리는 듯하다.
가을 햇살의
눈부심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포시 기지개며 길을 활보한다
오늘은
기쁨 가득한 행복한 날
세상이 외면해도 망팔 여인들
달려가야 할 우리 벗들의
최선을 다 해서 살아야 하는
고운 하루 사랑을 나누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