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꽃부리의 이야기 < 2024년 10월26일 >
하루가 무료한 우리는 커피를 내려서 들고 공원을 걷기 위해 운동 준비를 하고 나섰다.
문을 연 순간 선물 한 상자가 보인다.
그 속에 들어있는 사랑의 선물이 우리 노부부를 즐겁게 한다.
"우리 손녀가 보냈네"
큰 글씨로 시계도 보고 걷기 할 때 걸음 수도 보고
" 할머니 길 가다 넘어지면 SOS도 보낼 수 있데"
" 아이코 요것이 벌써 취직을 해서 꼭 필요한 것을 보냈네"
할아버지 왈 "무엇으로 어린것한테 갚지?"
우리 사진 찍어 고맙다고 보내자고 사진을 찰칵 찍어 보낸다.
찍어서 보낸 사진 속 두 사람의 손이 찬 시계가 어색한 주름 투성이다.
어느 사이 우리 이리 늙어버렸냐고 서로 쳐다보며 실없이 웃는다.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잊지 않고 무언가 드리고 싶은 그 마음이
찡하고 가슴을 울려 몇 달 보지 못한 보고픔이 싹 가신다.
나이가 드니 옛 풍습에 젖어있는 삶이 방식이 달라진 요사이 젊은이들과
생활 차이 나이 들어오는 여러 장애로 인한 삶의 부담감 차이로 인해
자꾸 고독 해가는 현실 속에서 둘이 손 잡고 운동 다니고 외식하러 다니고
가끔 친구들 만나 수다로 인생 허전함 잊어가며 곱게 갈 날을 기다리는
허허한 마음들이 이런 관심을 던져주는 사랑이 얼마나 가슴을 울리는지 모른다.
아침마다 쓰는 마음공부 책 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대들은 하늘 사람을 보았는가? 하늘 사람이 하늘나라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저 어린이들이 바로 하늘 사람이니 저들은 마음 가운데 일호의 사심이
없으므로 어머니를 통하여 天祿이 나오나니라
그러나 차차 사심이 생기면 천록도 따라서 그치게 되나니.....
사심만 없고 보면 한량없는 천록이 따르지마는 사심이 일어나면
천록 길이 따라서 막히게 되나니라."
나는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키웠던 손주들을 생각을 했다.
난 그 하늘 사람들을 키우며 천록을 주고받으며 행복했었지 그 사심 없는 사랑을
주고받던 시절은 어찌 그리 빨리 흘러갔던가 하며 그리운 시절이 되어있다.
연락 없이 가끔 그리워지면 같이하던 어린 시절의 아이들 사진을 들춰보면
그리움이 싹 가시고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며
이 어지러운 시대에 천사를 보는 듯
" 아가 잘 있지" 저절로 눈엔 눈물이 고인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냥 기도 중에 많은 눈물이 난다.
나이 들어 인생이 흘러가는 탓이겠지.
자식들이나 손주들이나 머리가 커지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서
어느 날은 섭섭해지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있으면
섭섭함이 싹 가시는 이유는 하늘 사람이던 시절을 같이 품었던 사랑이리라.
요 사히 운동 삼아 공원에 나가 있으면 아기를 안고 가는 사람은 열 중 한 명도 없고
다들 강아지들만 안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천사들의 천륜은 멀어지고
말 잘 듣는 작은 생명체들만 껴안고 다니는 천사의 천륜을 저버린 시대가
되었으니 도덕 상실의 시대가 되었구나 하는 비통함이 늘 가슴을 치는 요즈음이다.
오죽하면 한 친구는 옆에 안고 있던 강아지한테
"아가, 우리 아빠한테 갈까?"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이고 개 새끼 낳느라고 힘드셨겠네요"
열이 나서 한 마디하고 날카롭게 쳐다보는 눈빛을 멀리하고 줄행랑을 치고 왔다
하고 웃어대였다.
그 사랑을 주고받은 천사가 가슴에 남아 있는 사랑을 사서 보냈으니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 두 내외는 손녀가 보내 준 사랑 앞에 모든 시름이 가시는 듯
서로 바라보며 식지 않은 사랑을 웃음으로 대신한다.
영감은 즐거운 듯 요새 입버릇처럼 부르는 노래를 시들어지게 부른다.
"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