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3월 23일)
답답한 방콕을 박차고 길을 나섰다.
몇 년이나 더 부려먹으려고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매일 만보 걷기를 시키는 짝꿍.
" 에이 자기나 오래 살지, 난 좀 쉬게 나둬"
짜증 내면서도 오래 살고는 싶은지 또 따라나선다.
어느 안전이라고 고집 꺽지 못해 쥐 죽은 듯 따라나선다.
"네가 할머니냐?'
하며 툭 치는 맛에 홀라당 넘어가서 졸졸졸 늙은 마누라 강아지다.
대낮인데도 텅 빈 길가를 뒷짐 지고 걸어가는 지아비를
찰칵 한 방 찍고 같이 가 소리를 지른다.
"뭘! 따로따로 가 노숙자 같다며 창피하잖아"
또 스트라이크로 노련하게 한방 먹인다.
멋쩍은 아내에게 씩 웃는 모습이 손바닥에 나를
올려놓고 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 듯
노련하게 억센 마누라를 잘도 다룬다는
생각을 하며 졸졸졸 따라간다.
코로나 바람을 뚫고~~~
상동 공원에 도착해 보니 제법 사람들이 운동을 하며 쌍쌍이 모여서
또 가족끼리 많이들 산책을 한다.
군데군데 봄꽃 선물들은 세상사 내 알게 아니 다하듯 산수유, 살구꽃, 개나리 활짝 피여
자연이 선물하는 무상의 멋진 산수를 그려내고 있고
따스한 봄볕은 코트를 벗어 저치게 한다.
천천히 호수가를 거닐다가 빈 의자에 앉았다.
호수 먼 곳에서 느끼는 봄빛이 요 사히 바이러스 전쟁과는
무관하게 유유히 흐르는 모습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역시 자연은 인간의 마음 병을 치료하는 치료사인 듯하다.
옆자리에 나무 한그루 이리저리 휘여진채
꽃망울 잔뜩 품어 안고 금방이라도 잉태한 봄빛 터트릴 듯
휘어져 있다. 모진 풍파 이겨내 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휘여진 상처가 살아가는 힘이 된 듯 참 아름답기도 하다.
호수 저편에 이제 막 피어난 꽃망울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새순을 달고 있는 버드나무 밑에서
돌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맑고 밝은 봄날 잔잔한 봄바람에 반짝이는 물이랑을 수없이 일으키며
춤을 추고 있다.
봄은 정녕 요 사히 인간들이 겪는 걱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도착하여 살금살금 자연을 이미 연둣빛으로 물들이는 요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어미가 아이를 낳기 위해 태동을 하듯.
자연이나 인간이나 생로병사 순환 춘하추동의 흐름이
어찌 다르다 할 수가 있겠는가.
만유가 한 체성이요, 만법이 한 이치인 것을 이렇게 이르는 것이리라.
"여보! 호수에 봄바람에 흔들리는 잔물결을 좀 보소"
저것이 꼭 인간의 마음자리 흔들리는 것과 같다 한다.
저 깊은 물속에 물은 잔잔하건만 조금씩 불어대는 작은
바람에도 위에 물결은 저리도 흔들 저리 흔들 흔들리며
제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우리 삶도 마음도 그와 같다고 한다.
작은 자극에도 가는구먼 흔들리는 우리들의 마음자리
그러나 저 깊은 곳에 한자리 흔들리지 않고 꽉 차서 미동 없이
있으니 늘 기준 제자리로 돌아가는 바른 마음자리로
돌아감이라 한다.
비록 잔물결처럼 저리 흔들려도 저 깊은 곳에 흔들리지 않고
호수를 끌어안고 있는 흔들리지 않는 물 온전한 마음자리인 것이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일상생활이 번잡해도 이렇게 운동을 하며 살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속 호수를 거닐며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극적이고 가슴 뜨거운 일들을 기대하느라
내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날들을 기다리느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면서 살아왔을까?
작은 일상이 주는 의미와 기쁨과 감사를 얼마나 자주 망각하고 살았는지
나는 이 복잡함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잔물결을 통해 비추워 보면서
원점으로 돌아와 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갇히고 나니 다 느껴요
아프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여요
기어가는 벌레 하나도 너무 소중하고
인연들 숨소리 고리의 연결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이제 알겠어요
그것을 가리키려고 바이러스는
이렇게 경종을 치나 봐요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삼독심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나 봐요.
자신의 마음을 만져보라고.
살아 있음이 참 좋은 일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