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

267. 꽃부리의 이야기 <2025년 3월 10일>

by 임선영

허망/ 임 선영


크고 작은 붓들이 부른다

먹물을 제대로 씻지도 않고서

씻어주던 물그릇도

벌린 입 속에 가득 물을 품고

누구를 그리 기다리나


휘들러 그려진 체 놓여

못난 주인 만나 돌돌 감긴 본심

덩그러니 쌓인 자리

결국 그것이 인생인 것을

알면서도 처처한 이 자리


세월아 왜 그리 빠른 거야

허망 가득 찬 자리에서

붓의 울음소리 들려오니

거인이 할퀴고 간 가슴 협곡

아치 틈새로 물길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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