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 꽃부리의 이야기 <2010년 2월 22일>
식구들 모이니 흐뭇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모이는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이제는 남의 집 일 같이 정신없기도 하다.
자주 만나야 할 말이 많다고 오랜만에 만나니, 식구들끼리도 되레 서먹 서먹하다.
그래도 아픈 몸을 이끌고 큰 며느리의 소임을 다하며 끙끙 알아가며 점심까지 다
챙겨서 먹이고, 이것저것 다 싸서 보내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한결 가볍다.
갑자기 조용 해지고 한가 해지니, 습관처럼 책을 퍼든다.
수필 몇 편을 읽다가 반지 이야기가 나온다.
"앗뿔싸! 화장대 위에 있던 내 반지, 우리 손녀가 팔찌와 같이 손에 걸고 다녔는데 어딨 지"
갑자기 생각나서 온 집안을 다 뒤진다.
이틀에 걸쳐 아무리 뒤져봐도 팔찌와 블루샤파이어 반지는 종적이 묘연하다.
정초부터 비싼 반지가 어디로 갔으니 괜히 불안하고 구시렁 거리며
온 집을 뒤집고 다니는 나를 바라보며 남편이 나무란다.
"여보 잃어버려, 그 반지 어디서 나오겠지, 그 몇 푼이나 간다고 남에게
미리 물려줬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애달아하지 말고 "
그래야겠다. 마음을 먹고 편안히 있다가도, 내 부족한 공부의 힘이
어찌 그렇게 될 수가 있던가.
온갖 잡 번뇌가 그 반지 하나 때문에 입만 안 열었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죄 지을 생각들이 왔다 갔다, 정말 잃어버린 사람이 죄를 짓는다고
오만 상상이 끝 날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하룻밤을 지새우고 났다.
그 이튼 날 설맞이 특별기도 있어서 기도에 참석을 했다.
하필이면 성인 사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항상 그 사진을 쳐다보면 꼭 나만 보고 웃으시는듯한 성인의 표정이
찡그리고 계신 것이 아니가, 눈썹은 아래로 쳐진 것 같으신 체 화나신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선다.
나는 똑바로 그 사진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스승님이 휴휴암 좌선문 풀이를 열심히 해 주시고 계신다.
어제까지 그 산란했던 마음속을 들키리라도 한 듯 고개를 숙인 채 기도에만
전념을 하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마음이 턱 편안해져서 머리가 무겁지가 않았다.
"당신 좀 편안 해졌네, 그 반지가 당신 공부시키네"
"네, 그런가 봐요, 미리 좋은 일 했다 생각하니, 그냥 편해지네요"
그래도 내내 성인 사진 때문에 고민 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흉한 내 마음속을 들킬 것 같아서.....
오늘은 또 찾던 명함 하나가 없어져서 내 방을 샅샅이 뒤진다.
백이라는 백은 다 내놓고 이곳저곳을 명함 한 장이 떨어졌나 수색을 한다.
큰방 구석에 놓여 있는 큰 백 속에 안경집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누가 안경집을 이 속에 다 넣어 놓은 거야"
묵적직은 한 안경집 하나를 들면서
이것이 선글라스 안경집 인가 하고 열어 본다.
이게 웬일인가, 그 속에 손녀가 손 닿는 대는 다 뒤져서 안경집까지 뒤져서
그리 찾아 헤매던 사파이어 반지와 팔찌를 그 속에 모셔 놓은 것이 아닌가.
명함은 못 찾고 우연히 안경인 줄 알고 열어 본 안경집속에 3일을 찾아 헤매던
물건이 있었다.
그리고 어제 나는 또 법당엘 갔다.
단상에서는 선생님의 법설이 쏟아져 들어온다.
듣다가 무심코 어제 바라보았던 성인의 사진이 다시 눈 안에 들어온다.
아! 웬일인가 오늘은 처졌던 눈썹도 없으시고 그냥 나를 보고 웃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티끌 세상에 살되 티끌에 벗어나는 것을 이르되 禪(선)이라 하며,
바깥 경계가 안으로 들어오지도 아니하고
안 마음이 바깥 경계로 나가지도 아니하는 것을 이르되 좌라 하고,
주착 하는 데도 없고 의지하는데도 없어서.....
휴휴암 좌선문 풀이가 그냥 그냥 마음에 와 박힌다.
어제와 오늘 한결같건만 나는 왜 어제 와 오늘의 마음이
이리도 달랐썼을까?
아!一切가 다 唯心造 구나
마음 안에서 좋았다 나빴다 웃었다 찡그렸다 가진 요설을 다 부렸네.
귀로 아무리 들은들 이렇게 변화무쌍한 가슴 하나 제대로 물질 때문에
평정하지 못했으니 아직도 멀었구나~~~~ 멀었구나.
두 손 모으고 스승님 앞에 더 깊이 감사에 절을 하고
손을 꼭 잡고 속으로 아직도 저는 철없는 아이입니다.
어른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잘 다듬어 주세요. 혼자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