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큰일이 고나

358. 꽃부리의 이야기 <2024년 11월 3일>

by 임선영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우리 부부는 늘 하루에 반나절은 길 위에서 보낸다.

운동을 해서 몸도 관리하고 찻집에 들려 서로 이야기도 하고 노후에 별일 없이

지내다 보니 무심히 말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많아 그러한 시간을 좀 버리기

위해 일부러 집을 잘 나선다.

오늘도 계절에 맞는 옷을 차려입고 밥을 먹으려 가는지 햇숀 쑈를 하러 가는지

노인의 옷이 너무 밝다.

몸만 늙었지 마음은 늘 그 자리여서 그런가.... ㅋㅋ

막 아파트 대문을 지나는데 젊은 숙녀들 셋이 지나간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듯....

셋이 사이좋게 대화를 하면서 간다.


" 00야 너 요 사히 데이트해"

" 아니 안 해"

"그래 너 이번에는 좀 오래간다 했지"

"히히"

" 부족한 구석이 보여서 딱 끓었어 또 골라 보아야지 "


우리 부부는 이런 말을 들으며 변해도 숱하게 변한 세상 많이도 달라진 사고방식

그 소리들을 들으며 55년의 해로가 무색해진다.

힘들어 역겨워하면 우리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힘 합치자고 다독 거리며 가던 인생

잘 꾸린 가정에서 조용히 노후를 보내는 지금 여기의 현실은 잘 길러 온 자식들은

그런대로 부모를 알아보며 가정도 오손도손 편하게 해 주고 있지만 옛 방식대로

우리 집 꿈나무들로 길러진 아이들은 앞으로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정을 주고받는

일에도 너무도 개방적이고 문란한 성 문화에서 온전할까?

일생 살아갈 살아올 수많은 희로애락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관리를 의지 할 사람을

잘 만나서 가기가 하늘에 별 따기 같을 것 같은 두려움이 섬뜩하기만 하다.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거기에 적응을 잘하며 갈 요즈음 신세대들이니까 당신 길이나

잘 닦아 아이들 귀찮게 하지 말고 가게 기도나 열심히 하며 삽시다."


우리 세대들이 익혀온 AI가 흉내 낼 수 없는 단 한 줄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의

불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찰나의 인생 속도 앞에서 쌓아왔던 경험들은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처럼 느껴지며

과거의 문법은 낡았고, 새로운 기술은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 빠르다.

그러나 과거의 사람들이 가졌던 그 많은 지혜들 축적된 과거의 데이터가 아니라

오늘을 적용하는 날카로운 통찰의 불꽃이라는 것을 요즈음 젊은이들은 알까?

지금 우리 현대라는 사회 속에서는 "전통"이나 "경험"이 "꼰대"라는 단어 뒤로 숨어

버린 지가 꽤 오래되여 그 소리 듣는 것이 두려워 입을 꼭 다물고 살아간다.

젊은이들 앞에 서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은 곧장 도태될 것 같은 공포가 곳곳에

스며있어 "옛것"이 과연 " 새것"을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을지 너무나 많은 의구심이 든다.

차갑게 식어버린 데이터에 온기를 불어 놓는 일, 고향도 그리움도 정도 멀어진 사회 속에서

기계가 완벽하게 과거를 데우고 있는 이 시대에 인간이 다시 고전을 들춰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너무 빠를 변화 속에서 옛것을 과감히 버리는 망각이 더 세련된 능력처럼

보이는 시대 속에 우린 살고 있다.


AI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계산할 뿐 그 결과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윤리적 무게를 왜 지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수만 권의 고전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고전이 담은 삶의 무게를 눈물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지금 늘 붙들고 가는 내 삶의 자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부모님이 유품으로 건네준 목탁 일 수도 있고 그것이 무엇이든 차갑게 식지 않게 두지 말고

정성스럽게 데워 나만의 온도로 녹여낼 때 변화무쌍한 미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북극성을 발견하듯 다른 새로움이 발견될 것이라 본다.

" 참 큰일이 고나"

옛사람의 생각일 뿐 사회는 또 그런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걱정을 놓겠나 그들은 또 새롭게 자신을 가꾸며 삶을 살아갈 것이다 "

우리 지금 여기 점심이나 맛있게 먹을 장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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