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기

375. 꽃부리의 이야기 <2018년 10월 23일 >

by 임선영



소리 없이 정을 나누나 하늘 기운은 그냥 보지 않는다.

늘 눈도장을 찍으며 그 기운을 내려 준다.

오른손이 한 행동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나, 베풀고 잊으라는 법문에 말씀을 늘 새기며

실천에 옮기다 남은 여백의 삶을 맑게 살고 싶은

나는 음의 시대가 아닌 양의 시대에는

금방 드러난다는 말을 그냥 듣기만 하고 그러려니

지나갔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너무나 신기하고

확연하여 그냥 넘길 수 없기에 일기에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호리도 틀림없는 인과를 가슴으로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있어 벌이가 괜찮은

딸아이가 정말 좋은 옷들을 집에 가득 갔다 놓았다.

"엄마 좋은 옷들인데 저한테 맞지 않아요, 엄마

가 주고 싶은 분 있으면 골라서 주세요"

정말 괜찮은 옷들 내가 입고 싶었지만 작아서 나이 들어서

핑계가 아까운 옷이었다.

태국에서 와서 폐지 한 장도 함부로 하지 않고 절약 저축하여

일가를 이루며 집도 장만한 성실한 법우가 생각이 나서

옷도 전해주고 맛있는 밥도 친한 법우와 같이 사주고 즐거운

날이었다. 남에게 뭔가를 베풀 때처럼 즐거울 때가 없다.

가장 행복한 시간인듯하다. 작은 나눔으로 인한 정 나누기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큰 복이라 생각한다.


같이 온 법우가 농사 나눔에서 배추 50 포기가 오는데 자기는

10 포기만 필요하니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라고 선심을 푹 쏜다.

총각 무도, 파도 다 나누어 준단다. 오늘 밥 사준 값이란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사둔이 집에서 말려 보내온 고춧가루 선물 받고 며칠 후

복 중에 상복인 죽음 복을 타셔서 주무시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셨다.

집에서 담으신 젓갈이 골고루 산더미처럼 딸이 가지고 왔으니, 올 김장

준비는 다 끝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실감을 하지 못했다.


자식들이 엄마의 수고를 모르는 듯 속을 썩인다고 눈물을 보이는 태국 댁을

집에 데리고 와서 외조자 남편에게 좋은 말씀 좀 해 주시라고 부탁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보내다가, 그래도 아이들 먹이고 다독 거리라고

귤 한 상자를 사서 보내니 얼마나 홀가분한지 기분이 그냥 좋았다.

그러고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저 지금 아파트 앞에 와 있거든요, 좀 내려오실래요"

다른 법우 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내려갔다,

"이번 강화에서 농사 지어 온 햇살이에요, 건강 쌀이에요, 막 찧어서 가지고

왔어요, 밥 같이 사드릴까 생각했는데, 햅쌀 농사가 좋은 듯해서 가지고 왔어요"

40Kg 족히 넘는 듬직한 쌀자루를 놓고 간다.

생각도 하지 않았던 하늘 복이 뚝 떨어진 느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입으로 되뇐다.


피곤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카톡을 열어 보았다.

포향공대 교수인 조카가 어제 10시쯤 카톡을 보냈다.

"이모 미국에서 이제야 왔네요, 이모 시집 축하금 이제야 보냅니다. 감 한 상자 붙였어요"

책 한 권 받고 거금 10만 원 거기에 감 한 상자, 거기에

"좋은 시인이신 분이 저의 이모님이라 항상 뿌듯합니다.^^"

힘을 주는 카톡이 이 가을 아침을 온통 물들이고 있다.

되로 주웠더니 금세 말로 들어오는 기이한 일을 나는 글로 어찌 써야 맞을까?

이런 힘을 이야기하는 것을 미신이라 믿을까?


나는 이런 기적 같은 일들이 앞에서 여러 번 경험을 하며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다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한다.

삶의 여백이 얼마나 될까?

거기에 맑은 기운을 그리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해 질 녘의 마음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