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지 못한 말

376.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3월 20일 )

by 임선영


허무 / 임 선영


夏庭에 자욱이 안개 내리니

빈 뜰 밤 깊어 찬 기운 돈다

쓸어내릴 붓 끝의 한 줄기 바람

소나무 몇 그루 없는 뜰 흔들고


애틋함 벗어놓은 세월

물 같이 바람 같이 흘러가는데

쏟아 낸 슬픈 만삭 서정 섧구나

어루만지기조차 서러운 허허로움

정녕 뉜들 그 마음 알까



해 질 녘의 향기 / 임 선영


한 잔의 차를 들고

해 질 녘 창가에 앉으면

황금빛 향기 눈길을 튼다


눈 길로 음악은 흐르고

하루를 끌어안은 그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이야기 가득한 바깥 풍경을 읽는다


어디선가 환상의 하모니

이름 모를 목청 고운 새

앙상한 겨울 숲에서

아직 볼 일 남아 있나 보다




나오지 못한 말 / 임 선영


시인의 가슴속에는

늘 쪼그리고 있는 것이 있다

바깥 구경 한 번 못한

바람 소리 한 번 듣지 못한

마르디 마른 언어들이

죽은 듯 숨어있다


장대 같은 고독 속에서

군더더기 없애고 살아서

금세라도 입에서 튀여 나갈 듯

금방이라도 손에서 해방되려고

말은 감춰지고

눈을 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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