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지 못한 말
376.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3월 20일 )
by
임선영
Mar 19. 2026
허무 / 임 선영
夏庭에 자욱이 안개 내리니
빈 뜰 밤 깊어 찬 기운 돈다
쓸어내릴 붓 끝의 한 줄기 바람
소나무 몇 그루 없는 뜰 흔들고
애틋함 벗어놓은 세월
물 같이 바람 같이 흘러가는데
쏟아 낸 슬픈 만삭 서정 섧구나
어루만지기조차 서러운 허허로움
정녕 뉜들 그 마음 알까
해 질 녘의 향기 / 임 선영
한 잔의 차를 들고
해 질 녘 창가에 앉으면
황금빛 향기 눈길을 튼다
눈 길로 음악은 흐르고
하루를 끌어안은 그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느릿느릿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이야기 가득한 바깥 풍경을 읽는다
어디선가 환상의 하모니
이름 모를 목청 고운 새
앙상한 겨울 숲에서
아직 볼 일 남아 있나 보다
나오지 못한 말 / 임 선영
시인의 가슴속에는
늘 쪼그리고 있는 것이 있다
바깥 구경 한 번 못한
바람 소리 한 번 듣지 못한
마르디 마른 언어들이
죽은 듯 숨어있다
장대 같은 고독 속에서
군더더기 없애고 살아서
금세라도 입에서 튀여 나갈 듯
금방이라도 손에서 해방되려고
말은 감춰지고
눈을 감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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