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의 먹을거리

19.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12월 29일)

by 임선영


노년의 아주 큰 즐거움은 어린 손주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라고 휴일이면

들락거리는 즐거움이다.

어느 즐거움보다 어디서 보도사도 않던 것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멋진 얼굴을 하고

닮은 목소리로 할머니를 불러대면 그냥 우리의 노년은 자동적으로 녹아내린다.

있는 것들을 꺼내 이것 먹을래 저것 먹을래 난리를 떨어 놓고 나면

녹초가 되지만 저것들이 다 크면 오라고 해도 시간이 안 돼서 아무래도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아즈넠에 알게 돼 아무래도 만나는 시간이 뜸 해질 듯하다.

그래서 지금 요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 줄 모른다.

철 따라 생기는 먹을거리를 말려도 놓고 만들어도 놓고 사다가도 놓아서 수시로

요것 저것 먹이며 같이 지내는 재미가 노후에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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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맛있게 먹고 나서는

"할머니 왜 이렇게 맛있어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왜 그리 즐거운지, 내리사랑이라 하더니 자식을 키우면서는

정신없이 보내느라 이쁘긴 해도 잔정을 챙기기 어려워서 어우렁더우렁

지나가던 것이 나이 들고 보니 작은 것에서 오는

즐거움도 큰 행복으로 들리고 다가선다.

할머니는 어떻게 곶감도 말리고 고구마도 말려서 이렇게 맛있게

저희들 간식거리로 주냐고 수다를 떨며 우적우적 먹어대는 모습이

그제도 어제도 지나고 나면 다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에

회상 거리들 아니던가.

어린것들이 나처럼 나이 들어 우리 어린 시절처럼 궂을 일 기쁜 일

어려웠던 일들 속에서 무르익어서

하찮은 듯 지나가던 그 일들이 얼마나 소중했는가 하고 생각이 들 때면

이미 그 사람 그곳은 변해 간 곳이 없을 텐데.....

그래서 그리워서 그리워 소중하게 가슴을 적어 갈 텐데 생각하면

이런 일 저런 일 귀하지 않은 것들이 있던가.

요 사히 같이 코로나 때문에 더 소중해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보살피는

시간이 오게 되면 더더욱 살붙이가

있고 따뜻한 내 가정이 있음을 하늘같이 감사하게 되는 때가 꼭 그들에게도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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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라는 숨터가 있는 곳 어렵고 고단할 때 멈출 수 있고 자신을 턱 내려놓아도

다 봐주는 보금자리 있음이 얼마나 소중하던가.

멈춘 듯 하지만 사랑이 끝없이 흐르는 가정이라는 아늑한 자리

산이 물을 품어 안고 멋진 그림을 그리듯

물은 산을 의지하여 흐르며 끌어안겨 가는 이 보금자리

감사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리에 새로 나온 새싹들이 연분홍빛 보랏빛 파르스레한 빛들을 번쩍이며

동으로 서로 번쩍 거리며 들락 거리니 이 자리가 바로 우리 쉼터 아니던가.

"할머니 집에 오니 내가 좋아하는 팥죽도 있네, 할머니 귀신이네 내가 팥죽 좋아하는 줄 어찌 알고 끓였어?"

어쩌다 끓여놓은 팥죽이 맛이 있었나 보다, 좋아하는 손주들 표정이 코로나의 피곤을 모두 물리치는 찬란한 오늘이다.

감사 한 하루와 한 해가 또 이리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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