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11월 2일 )
망팔의 세월이 닥치고 보니
집집마다 안사람 아니면 본인들이 아파서 서로 모이기가 힘든지
"여보! 건강해야 돼 같이 걸읍시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에 만보를 목적하지만 보통 6 천보 정도 맞추기가
힘든 날이 많다.
오늘은 토요일,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여있는 톡을 열어보니 남산에 가을이 좋다고
멋진 사진을 올려놓았다.
오늘은 통 나가지 않는 외조자가 마음에 걸려
같이 남산을 걷다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둘이 나섰다.
남산 밑에 중국 집에서 가락국수와 짬뽕을 시켜서 점 심을 해결하고
02번 남산 오르는 버스를 타고 오르는 길이 가을이 무르익었다.
장충공원의 가을이 무르익어 있다. 길거리에는 코로나 때문인지 휴일인데도
사람이 많지는 않아 한가 한 서울 거리의 모습이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은 생각도 못하지만 가끔 이렇게 시간을 내여 가까운 곳에서
가을을 느끼는 멋도 멀리 가는
여행이나 가까운 곳에서의 눈요기나 감정의 골은 같은듯하다.
생전 오지 않았던 것처럼 모처럼 온 남산 골은 역시 남산이다.
서울 한복판에 남산이 없었다면 얼마나 서울이 삭막했을까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며
다닥다닥 병아리 빠다리 같아서
붙어서 그 많은 세월들을 살아가는 숨 막히는 도시의 정경을 내려다보며 저 속에서 삶을
사느라 숨 막혔을 자신과 남편의 얼굴을 보며~~
"여보 남산의 가을빛과 공기가 살맛 나네" 하니까 남편 역시
"남산은 서울의 보물이야"
잠시 사들고 온 커피를 마시며 무슨 사랑의 언약을 그리도 많이 남산에
저질러 놓았는지 울긋불긋한 언약 쌓인 곳을 살펴본다.
" 우리 영원하자" " 넌 나의 영원한 가슴야, 100살까지" " 연희야 오늘처럼 달콤하게 살자"
가지가지의 언어들의 약속들이 남산 꼭지 담 틀마다 금방 무너질 듯 달려있다.
40대 유럽 여행 때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보던 풍경이 그려지고, 그곳에서 1시간을 헤매다
도로 그 자리에 올 때까지
키스를 하고 있던 젊은 연인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며 그 모습이 이곳에는 없나 하고
둘러보지만 아직 보이지 않고 어깨가 둘인지 하나인지 딱 붙어 걷는 연인 하며
하얀 장갑 끼고 구부정 걷는 지아비의 걸음걸이만
눈결에 밟힌다.
이직은 가을 길을 열심히 걷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가.
남산의 가을은 여전했지
깔린 낙엽의 숫자만큼 세월은 흘렀건만
마음은 여전히 그때의 모습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올라가는 발걸음은 세월을
속이지 못하고 터덜터덜
손 잡아 주는 옆지기도 기운 없이
한숨을 푹 쉬며 땀을 닦네
떨어져 휘날리는 잎새 닮은
우리는 어느 날의 회상을 더듬으며
다시 내려놓으려 이 걸음을 걷는가
다 인생사 무상 이건만 그래도
숨 쉬는 동안 안식처를 찾아 찾아
발길 옮기니 거기가 오늘은 남산이던가
잡아주던 손 꼭 쥐며
당신 남산에 오니 좋아하며 웃어주는 그대가
옆지기로 아직도 같이 해주니
이 보다 더 큰 행복 어디 있던가.
기를 쓰고 올랐갔으니 또 내려가는 길, 오르락내리락 어찌 인생길이나 가을 길이나
걸어감이 이리도 같던가. 별거 아닌 인생 길이 숨차기만 하더니만
이제는 그래 다 놓고 갈 텐데 편히 가자, 다 놓고, 잡아주고, 나누어 주고, 보아주고
없는 듯 있다 가자로 변하게 되는 삶을 잡고 보니, 만사가 다 감사 생활이다.
한 번도 어김없이 사계를 들고 다 공짜로 퍼 주며 풀고 가는 자연의
퍼주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 공짜였다.
아! 너무도 함부로 하고 걸어온 인생길, 소름 끼치는 길
그 죄를 어이 할 것인가.
코로나가 우리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러 앞에 닥쳐서 가지 못하고 몸부림치는가를
생각하며 작은 실천 마스크 점검하고 거리 두기를 챙기며 쉬엄쉬엄 내려온다.
뒤로 우뚝 솟은 남산타워의 케이블 카는 오늘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열심히도 오른다. 또 내려와야 할 텐데.... 그냥 만사가 다 그렇다.
실없이 혼자 웃는다.
옆지기가 눈치를 살피며
"당신 미쳤어 왜 혼자 걸으며 실실 웃어"
무언으로
" 당신도 나 같이 한 생각 깊이 하며 걸을 텐데"
꽝! 하고 울리면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공명 시키며
몸속에 웅크리고 있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아는가
그 소리 만나게 되면 그 소리와 하나가 된 채 점점 작아지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해 본 기억 있는가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다하는 곳에 이르러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눈으로 듣고 귀로 볼 수 있는 일이 가능해진다.
"소리 없는 소리" 들을 수 있는 지금 여기
거기에 가을은 또 하늘은 또 단풍은 곁에 있고나.
어떻게 하면 한 길을 걷는 부부의 손바닥 치치 않고
치는 소리를 그 누구가 들을 수 있을 것인가.
그저 감사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