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주신 선물

29.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2월 17일 )

by 임선영

우리의 삶은 인연 따라 살다가 인연 따라간다

인연이 좋든 싫든 우리는 그 관계에 따라 마음을 일으키고 언제 어디서나 실타래처럼 엉킨 인연을 풀며 산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因과 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因緣 ,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며 수많은

세월이 쌓여 찾아온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수천, 수만 번의 스침이 모아져서 인연으로 살아 숨 쉬는 것 인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바람결 따라 꽃잎처럼 어느 날 조용히 찾아오는데 우리는 몇 천겁의 로 맺어준 소중한 인연들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겁이란 시간의 단위로 길고 영원하며 무한한 시간의 영겁을 거쳐 한 방울씩 떨지는 낙숫물이 큰 바위를 뚫는

것과 같고 부부로 맺어지는 것은 팔천 겁에 한 번 맺어져 한 가정을 이루는 보물 같은 일인 것과 같은 것을

요즘 젊은이들은 무슨 시대에 동떨어진 할머니의 이야기로 들으며

"할머니 그렇게 이론을 전개하는 사람이 꼰대야" 한다.

이 깊고도 깊은 골의 끈을 너무도 함부로 하는 슬픔이 있다.

형제는 구천겁에 한 번의 확률이라 한다 하지 않던가. 그런데도 형제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자기들 세계에 빠져 내가 편하면 되지 "내가 아니잖아 각자 알아서 하는 일이지" 공부 잘해서 물질만을

크게 공유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연이란, 정이란, 함께 한다는 것에 너무도 니 떡 너 먹고 내 떡 나

먹으면 되는 삶을 사는 젊은이들의 메몰참이 울안에 가득한 세상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눈사태, 물 사태, 산사태, 지진 사태 사람의 힘으로 역부족인 하늘이 돕지 않으면 도저히 이겨내지

못하는 그 힘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지식으로는 알지 못하는 지혜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세계를

인과를 인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슬픈 세상에 그것을 알고 가는 사람 몇이나 될까?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 긴 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머무는 세상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따스한 말을 주고받으며 좋은 인연을 함께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일진대 지금 과 같은 생각지도 안 했던 코로나의 변 때문에 방콕 생활을 무난히 해 나가는

시절에는 인연의 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의 순리가 물질의 과대망상 작이라는 것 때문에 너무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모르고 살아가는

무지한 생명체들을 조물주는 코로나라는 세균으로 둔갑하여 인간의 욕망을 때려잡으니 너무나도 큰 역경으로 인간을 가리키고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참 짓고 받는 것이 확연한 안 보이는 세계를 보는 눈이 부족한 우리 인간이 도대체 어찌 알고 갈 것인가.

나 자신도 팔순을 바라보는 이 자리에서나마 겨우 눈곱만큼 느낌이 오니 말이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인연에 대한 고마움, 따스함, 무엇으로도 다스릴 수 없는 고귀한 정을

되새기게 하는 큰 교훈의 교육 현장이 너무 무시무시하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살다가 보내기도 하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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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사히 새벽 기도 시간에 나는 망팔을 바라보고서야 스치듯 느끼는 인연에 대한 고마움에

목이 메인 기도를 하는 날이 많다. 너무도 감사한 어머니가 주신 선물 때문이다.

추석이 돌아와 친정 집에 아프신 어머니를 뵈려 갔다.

오랜만에 보는 딸을 보며 반가워하시던 그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다.

손에 가만히 용돈을 쥐여드리며 "엄마 며느리 말 잘 들어, 모시고 있는 며느리가 효부야"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며 옆에 가지고 계시던 교전과 교전 속에 기도 올렸던 돈과 목탁과 염주를 내 손에

쥐여주며 " 미안하구나, 엄마가 줄 것이 이것밖에 없네, 열심히 기도 해라"

하시며 주시던 선물, 그 일이 마지막이 되어 추석에 자식들 다 보시고 며칠 후 세상과 하직한 우리 엄마....

부모라는 인연이 주고 간 귀한 선물, 원불교 집안의 로 인연을 맺어주시고 원불교라는 신앙을 가슴에

심어 주셔서 요사이 같이 외롭고 힘들고 어려울 때 두 손 모아 맑은 목탁 소리 기원 삼아 간절한 기도

할 수 있는 딸년을 만들어 주시고 떠나신 내 어머니, 기도하며 바르게 살라고 주신 이 커다란 선물을

두드리며, 돌리고 읽으며, 이렇게 귀하고 큰 선물을 주시고 떠난 깊은 정에 얼룩진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내 삶에 "끈" 이셨던 내 어머니 어느 곳에 계시온지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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