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6월 24일>
어제의 단비가 음악처럼 들려서 우산을 쓰고 점심을 사 먹고 찻집에 앉아
비 소리를 들으며 정말 고맙고 부드럽게 내리는 모처럼의 단비 음률에
맞춰 흥얼거리며
" 여보 창 밖을 보세요. 정말 아름답네요"
얼마만인가 조용 조용히 내리는 단비에 젖은 좀 지쳐있어 늘어졌던
길가에 나무들도 생기를 되잖은 듯 잔잔한 빗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며 싱싱함을 노래하고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각양각색의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도
빗소리를 즐기는 듯 빠른 걸음이 한 사람도 없다.
아마 모처럼 오는 비가 휘몰아쳤으면 반가움보다는 어찌할 바를 몰라
나무들도 몸부림쳤을 터인데 조용히 하늘이 주는 고마운 선물에 흠뻑 젖어서
이파리마다 춤을 주고 있으니 사람 마음이나 저 식물들의 마음이나
다 하나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아침 문이 다 열린 거실에 나와보니 맑아진 공기가 소통하여
아침을 맞이하는 공기가 상쾌한 데다가 열어진 문 넘어 들리는
아침 새소리가 더 청아하게 들린다.
아마 새들도 더 깨끗해진 공기와 물 먹은 잎들 사이를 파르르 나르며
맑은 기분을 이 아침에 즐기며 저희끼리 즐기고 있으리라.
무엇이든 부드럽게 내려주고 안아주고 뿌려주는 것의 소통은 안정된
분위기와 원만한 기운이 샘솟는 그런 날들이 될 것이다.
옆지기도 식탁에서의 말솜씨도 더 부드러워진 듯하다.
"여보! 빨래가 다 된 나보타 당신을 부르네"
삐꼬 삐꼬 세탁기가 다 됐다고 부르는 소리가 난리다.
아침을 먹다가 급히 일어나 챙기러 가며
" 여보 부드러움은 이렇게 기분을 살려 주네요 늘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끔 말다툼이 날 때는 오늘 같은 경우
"여보! 빨래해 놓고 뭐 해, 저 소리 안 들려!!" 큰 소리를 치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그 소리에
"왜 들리는 사람이 좀 빼서 널으면 안 되나, 왜 그리 소리를 질러"
이렇게 답하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기분들이 상하게 된다.
날씨나 말씨나 솜씨나 거칠고 시끄러우면 좋을 것 하나도 없다는 것이 드러나는 날이다.
부드러움은 모든 것을 상생시키는 기운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 맑은 오늘을 만든다.
"여보! 늘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 되었으면 해 그래야 소통이 부드럽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기만 한다. 그 말이 맞다 하는 듯하다. 안 들어도 척이다.
나도 말 안 해도 부드러움이 주는 아침에 느낀 울림이 일기를 적게 만드니
말 안 해도 척이다.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는 감사가 마음을 감싸니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핀다.
참 기막힌 일이다. 세월이 이리 지나 머리에 눈 하얗게 내렸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이네
생각하며 빙긋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