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11월 11일 >
사진 속 뒤뜰 너머 아파트 샛길이 바람을 맞아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비워내고 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길가에 가는 생으로 그림을 그린다
누가 비우라 하지 않았건만 낙엽비로 줄줄 울며 떠난다.
인생도 저리 말없이 홀연히 오색으로 지며 아픔을 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고 무심히 갈 수 있다면 하는 사색에 젖는다.
뒤뜰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는지 짝을 찾아 헤매는지 쪼아대는 새들의 소리가
보지도 않고 더 서럽게 서럽게 들려온다.
늘 떼지여 다니는 참새 때 낙엽 위에 내려와서 무엇을 쪼아대는지
짹짹 쪽쪽 나뭇잎과 헤어지는 것이 서러운지
서걱서걱 밟아대며 서럽게 오는 소리 들려온다.
먼 곳 숲길에서 낙엽을 주우면서 수런수런 어린 새싹들의
소리와 몸짓이 움 터지는 소리처럼 맑게 울려 퍼진다.
" 야 난 빨간색야, 넌 무슨 색이니?"
맑은 속 뜰을 활짝 열어 보이며 깔깔거린다.
가는 것들이 눈처럼 쌓인 교차로에서 새롭게 태어나 무럭무럭
이 세상을 짊어지고 나아갈 생명체들이 재잘재잘 가을 나들이로
몰려들어 낙엽 져 가는 길을 흔들리게 한다.
귀는 항시 들리는 소리를 즐거워하고
눈은 항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자 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글 귀가 생각난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열리다는 말"
우리도 언제 가는 저리 떨어져 한 줌의 부스러기가 되리니
지금 여기 사는 일이 새삼스럽게 엄숙하고 뻐근해지려고 한다.
한 사진작가가 렌즈로 끌어올린 한 순간의 느낌이
내 가슴으로 전해져 난 두런두런 글을 쓰고
그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을 감출 길이 없어......
시 한 편을 적어본다.
아름답게 피다가 가고 있고나
잎은 소리 없이 피고 소리 없이 진다
다시 떨어진 자리로 가지 않는다
그날 그곳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고
한 잎의 생이 이렇다오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최선을 다 해 피고 흔들리다가 떨어져
새로 온 생의 손에 환호를 들으며
무언으로 응답하는 한 잎의 생
영원히 지지 않는 생명의 기쁨으로.
후회 없이 떨어진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깔로 빛나며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