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꽃부리의 이야기 < 2011년 12월 9일 >
사람 중에는 겉으로는 참 친절해 보이고, 인물 좋고, 남한테 말씨 좋아서
여유로워 보이고
처음 대 할 때 그럴듯하나 꽉 차지 못하고 빈 양동이 소리가 크듯 비어 있는
문열이가 참으로 많은 세상이다.
사정에 의해 발을 맞추며 가다 보면 겉과 속의 차이를 금새 알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으로 새어 나오려는 소리가 뜻이 담긴 말이 되기 위해서는
꿀꺽꿀걱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침묵이 깔리지 않으면 메아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진정한 사람끼리의 대화에는
늘 침묵이 함께해야 마음의 깊이를 통해 그 사람을 간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앞서고 그 다음 실천은 없이 말이 많고 자신을 드러내려 애쓰다 보면
메아리는 들리지 않고 소위 겉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말도 없고 수수하니, 인물도 그리 출중해 보이지 않고
소리 없이 드러나지 않으나
어떤 비상시에 안으로 알맹이가 꽉 차서 하는 말씨, 행동, 실천의 단계가
소리 없이 큰 보탬이 되는 사람이 있다.
금방 드러나지 않고 서서히 말없이 드러나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속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안으로 삶을 의미화 하면서 실천으로 옮기는 속을 쌓아가는 사람이다.
이러한 된 사람, 속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누구나 지향하는 일일 것이다.
마음으로는 수없이 갈구 하지만 본인 자신도 생각뿐 막상 실천의
단계까지의 공부는 어렵다.
지향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이번 서울시장 후보자들을 뽑는데도
생각도 안 했던 그래도 덜 때 묻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밀지 않던가.
자연 속에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피여 날 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서부터 속이 차 오른다.
속 잎부터 밖으로 핀다. 그러면서 확 피여 난다.
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다.
자연 속에 생명체인 사람도 안으로부터 피여 나는 사람을 간혹
만나다 보면 고개가 숙여지고 그 앞에 숙연 해지고 존경을 내려놓게 된다.
꽃 중에도 속이 꽉 채운 체 오므리고 있다가 피여 나는 꽃은 꼭 접꽃이다.
보기도 화려하고, 예쁘고 오래간다.
모아지면서 벌어지는 홑 꽃은 약한 바람에 흔들리기도 잘하고
거기에 모습이나 크다하면
소담하기보다 약간 구성이 없고 빨리 지며, 질 때도 송장처럼
축 늘어져 떨어져서 지는 모습조차 지저분함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강화에 있는 아는 분의 별장에 놀러 갔다.
배추며 무, 콩, 고구마 등 소위 말하는 무공해 야채를 심어 골고루
가꾸어 놓은 야채가 가득한 집에서 가을 나들이를 하였다.
고구마 순을 뜯어 된장찌개도 끓이고, 호박잎을 따고, 다 익은
콩을 따서 쩌 먹기도 했다.
올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모든 작물들이 제 모습으로 자란 것들이 많지 않았다.
특히 콩은 콩깍지 안에 세 개씩 있어야 할 콩이 3개 있는 것은 드물고 거의
두 개씩 있고 그렇지 않으면 하나 들어있는 콩깍지 세 개 있어도 하나는 들
여물어 자라다 만 쭉정이 콩만 들어 있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제대로 된 땅, 햇빛, 비, 정성이
잘 아우러진 4박자를 만나지 않으면 문열이로 자랄 수밖에 없음을 본다.
자연이 준 혜택대로 받는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큰 느낌을 받았다.
인생길에서 나한테 닥치는 어려움은 어느 생인가 내가 지은 업으로
부족한 혜택을 조물주로부터 받았을 것이다는 것이다.
내 삶은 왜 이러지 원망하고 속상해 하지말고
지은대로 받아서 인정하고 살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할 수 있는 4박자를 만나서 제대로 인생을 알고 속 사람으로 살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잘 살다 가야 다음 생은 완벽히 알찬 3개의 콩알로
태여 날 것이 아닌가.
요란하게 말하지 않아도,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알차게 비록 올 때는 울고
왔으나 갈 때는 크게 웃고 갈 수 없어도 빙그레 미소 지으며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꽉 찬 열매를 맺는 일, 꽉 찬 속 사람으로 인생을 사는 일은
자연이 내려 준 4박자 땅, 햇빛, 비, 정성 이 4박자를
잘 만나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청정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속임 없이 고백하고 사은에 감사하고 순응하며
당하는 일에 정성을 다 하며 조용히 살다가는 속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