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길과 갈 길의 교차로에서

59. 꽃부리의 이야기 < 2023년 2월 23일>

by 임선영


새벽에 걷는 샛길의 무성한 나무들 시작하는 봄바람 속에서 잔기침을 하면서

한 꺼풀씩 자연은 찬 기운을 비워내고 있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어느 사이 연둣빛이 드러나고 처녀의 젖꼭지 마냥 톡 불거진

걷는 길목 개나리 식구들이 오물 조밀 볼거친 체 금세 터질 듯하다.

그렇게 봄은 벌써 검은 팔 벌리고 죽은 듯 서 있는 나무도 서서히 하나 되어 물들이고

가끔은 외로운지 하느님도 봄비 되어 안개비로 계절과 동행한다.

최선을 다해 배운 전문성을 바탕으로 처한 가정에 몸 받쳐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며 지나온 자신의 세월이라 자부하지만 이제 황혼 녘에
들어서니 피는 계절의 한 모서리에 서서 저리 말없이 홀연히 밝은 빛으로 지며
무심히 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젖는 일이 잦아지며 혼자 실소를 한다.

작품을 제작할 때 사용된 각양각색의 수단의 흔적이 완전히 소멸될 때에

비로소 그 그림은 완성된다 하지 않던가.
뒤뜰 고목나무에서 먹이를 찾는지 짝을 찾아 헤매는지 쪼아대는 새들의 소리가
외로움으로 들려옴은 내 짊어진 세월 탓이던가.
뉘 부르는 이 없었건만 무슨 인연으로 태어나 기저귀 차고 시작한 인생
오라 부르는 이 없건마는 어느 사이 가는 것들이 눈처럼 쌓인 교차로에서
이 세상 짊어지고 나아갈 낙엽 져 가는 길에 몰려드는 틈, 나도 서있다.
인생 살이 백 년도 넘기기 힘든데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부리면서 동분서주하던
삶 속에서 귀는 항시 들리는 소리를 즐거워하고 눈은 항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자
한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날들 난 어디선가 본 듯한 글 귀가 생각난다.
"내 눈이 열리면 그 눈으로 보는 세상도 열리다는 말"
우리도 언제 가는 떨어져 한 줌의 부스러기가 되리니
지금 여기 사는 일이 새삼스럽게 엄숙하고 뻐근해지려고 한다.
한 사진작가가 렌즈로 끌어올린 한 순간의 느낌이
내 가슴으로 전해져 난 두런두런 글을 쓰고 그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을

감출 길이 없다. 걸어온 한 생이 그렇다.



아름답게 피다가 스러지고 있고나
잎은 소리 없이 피고 소리 없이 진다
다시 떨어진 자리로 가지 않는다.
그날 그곳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맡기고
한 잎의 생이 이렇다오 눈물을 흘리지도 않고
최선을 다 해 피고 흔들리다가 떨어져
새로 온 생의 손에 환호를 들으며
무언으로 응답하며 가는 생
영원히 지지 않는 생명의 기쁨으로
후회 없이 떨어진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깔로 빛나며
가며 지리다.

우리는 물질에 취해 살면서 뒤늦게야 삶의 그 단순한 의미를 깨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경험을 했지만 그 의미를 몰랐었다는 엘리엇의 시구처럼 말이다.
지나간 날들 후회하는 지난 일들을 회상할 때면 생기는 감정의 소용돌이
가끔 사람들은 그 시절이 좋았어하며 수없이 되뇌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본다.
현재 삶의 넋두리는 잃어버린 체 과거에 묻혀서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가장 큰 후회는 젊었을 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데로 공부 열심히 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들어가서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이 잘 살고 이룬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허무감이 돋아 나는 것은 왜일까?


내 초년은 부모 밑에 아무것도 모른 체 학문에만 전념하여 성적만 우수하면
세상의 보물은 다 다 내 것 인양 즐겁기 그지없었지
나를 이끌어준 부모님의 얼굴은 성적표 따라 나를 보물처럼 위해 주웠으니까.
그런데 난 지금 해 질 녘에 들어서고 나고 보니
이 소중한 자연 속에서 난 무엇을 주워서 가고 있나, 얼마나 소중히 여기며
가고 있나를 생각하니 잠시 부끄러움 내 앞을 스친다.
자연 속에 한 미물임을 어찌 깊이 생각하고 가지 않는지, 큰 것도 작은 것도
싱싱한 것도 시들어 가는 곳도 아무 말없이 수용하고 가는 자연이 아니던가.
이 큰 자연 속에 작은 알갱이 같은 내 존재, 무에 그리 잘난 듯 설치였던가.
모든 것 다 놓아야지, 놓고 가야지, 숨 쉬는 것조차 허허로움 아니던가.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기운으로 안아주는 자연 과 더불어 인생을
맞이했겠지 모르고 지났을 뿐이야.

이제 말년 아이들 성장시키고 안정된 터에서 목까지 올라온 세월을 손에 쥐고

있다 보니 건강한 것도 보물이지만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음공부
비울 줄 아는 마음공부 줄에 들어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보물인가
를 새삼 가슴 깊이 느끼고 또 느낀다.
추호도 어김없이 달려드는 세월 속에서 사색이 없었다면 그 후의 나를
생각하기엔 벌써 머리를 풀어헤친 겉모양만 사람인
의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신병자가 되어 있을 듯하다.

인생에 목적이 무엇인가

인생에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그 목표에 가고 있느냐 없느냐 그런다.
오감에 균형 감각이 없어지는 시기
다른 사람에게 그동안의 연륜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한 나이
마지막 대답은 잘 죽으려고 뜁니다 이지 않을까.
언제 죽어도 나는 행복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행복하다.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다른 사람의 존재이다는 것을 알고 가기
때문일 것이다.
99%가 다 남이 준 나 오직 1%만이 내 것이 다라 하지 않던가.
남이 다 주워서 이제껏 잘 혜택을 받고 살았으니 이제는 갚기 위해
인간답게 살다 가야 한다.
결국은 올 때처럼 달랑 기저귀 다시 차고 빈 손 쥐고 갈 인생
작은 기예라도 쓰기에 따라 천금보다 귀하다는 말씀을 깊이 되새기며
가는 길의 교차로에서 털어야 될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기분 좋게 놀고 온 나에게 영감은 얘기한다.

" 불러서 나간 자리에 몇 만 원 안 되는 돈을 더치페이하자면

그 돈을 당신이 다 낼 수 없으면 나가지 마, 그 자리는 진정한

친구 자리 아니지

그럴 땐 조용히 나가서 당신이 내, 뭘 더 가지고 가려고 "

" 많이 주지도 못하면서 할 소리는 다 하네"

혼자 중얼거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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