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곳에 있는 아름다움

63. 꽃부리의 이야기 <2009년 9월 1일>

by 임선영

서울 종각역에서였다.

인사동에 가기 위해 죽 늘어 선 지하상가 앞을 지난다.

문득 지나가다 쳐다본 가개에는 쌍둥이 같은 두 종업원 중 한 종업원이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체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호기심에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니, 반창고를 붙인 주인공은 목하 성형수술을 하고

얼굴에 깁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얘, 이 턱이 너 보다 더 깎이지 않았니?"

"얘, 코가 내 코보다 더 서양스럽다 예"

기가 찰 일이었다. 같은 병원에서 깎고 붙였는지 그들의 얼굴은 쌍둥이 같았다.

어려운 지하상가에서 종업원을 하며 번 돈으로 얼굴에 아름다움을 사기 위해

자연미 없는 인공 미인으로 버썩 말라 가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했다.

세대가 다른 내 눈에는 가엾고 소녀의 티도 아직 벗지 않은 어린 가슴에 잘못된

아름다움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도 슬폈다.

얼굴을 아름답게 고친다고 마음도 아름답고 편안 해 질까.

마음을 예쁘게 성형하는 곳이 있다면 하는 쓸데없는 공상을 순간 해 본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보이는 곳에 찾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그래서 보이는 곳의 투자는 장사도 잘 되고 특히 여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에는

다른 것에는 아껴도 그곳에 목숨을 건다.

그래서 요 사히는 ㅇㅇ짱이란 말이 아주 유행이다.

짱이라는 유행어를 내 걸고 비디오를 만들어 수입을 올리는 주부 짱도 허다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사동 거리를 걸어가다 한쪽에 쉴 의자가 구석에 있어

아픈 다리를 잠깐 쉰다.

건너편 한복 가개 안에 30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이 선연히 들어온다.

들어가는 손님을 의식하지 못하고 사랑이 가득한 몸짓으로 아기를 들여다보며 젖을

물리고 있는 모성이 모처럼 보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나는 이렇게 사소한 곳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만날 때면 살 맛이 난다.

가끔 운동이 필요한 날은 구시장까지 운동삼아 걸어서 싼 야채거리를 사서 들고

오다가 길가에 쉴 자리 있어 앉아 있으면, 햇빛을 받고 같이 쉬고 있는 시장바구니

사이로 쏙 삐져나와 햇빛을 받고 진초록으로 반짝이는 파 한단이 그리 아름답고

유아원에 손자 데리려 갔다가 할머니를 발견하고 쏜살 같이 달려오는 손주의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들이 또 있을까?

사소한 곳곳에 숨어서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아름다운 하루, 참으로 감사하고 감사하다.

나는 그날은 이렇게 기도한다.

사은님! 저에게 보는 눈을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느끼는 마음을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느끼며 시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선 집안에서

"당신 야, 무거웠겠네" 환하게 웃으며 짐을 받아주는 남편의 웃음이 정말 아름답고

훈훈하기만 하다.

자연 그대로 간직한 코가 좀 낮아도, 눈이 좀 작아도 마음으로 발견한

이렇게 자연 곳곳 사소한 곳에서의 숨어있는 아름다움, 그것의 발견은

감사생활로 돌리는 법을 일깨우고 배우는 기쁨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몬트레이 해변의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