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레이 해변의 환상

62. 꽃부리의 이야기 <2014년 8월 29일>

by 임선영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이란 책에서 보면 격동적인 수사법이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쓰여있지 않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잔잔하고 유유히 흐르는

그의 문장을 따라가게 되며 그 속에서 사랑이라는 상상의 꿈을 꾼다.

어찌 책만이 그러겠는가.... 눈으로 보여주는 자연 위에 수없이 덮어 쓰인

그림 그림들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야 너희들 이 넓은 세상을 심심해서 어찌 살까, 내가 조금 도와줄까" 하고

맑은 백지 위에 팔주노초파남보 물감을 듬뿍 묻힌 붓을 확 하고 뿌려 놓은 것 같은

상상력의 보물창고 바로 책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계절의 유혹,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향기, 부드러워지고 싶은 충동 속으로

몰고 가는 따스함,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눈길을 받고 싶은 음악 같은 바람 소리이다.

이 그림 속에 나도 하나의 그림으로 웃으며 때로는 감동의 전율 속에 눈물 흘리며

반해버린 현실 옆에 앉아 있다.

바다와 내가 하나요, 하늘과 나도 , 바닷가 은모래와 나도 하나가 된다.

태평양을 친구 삼아 떠도는 황량한 해풍도 이리저리 해찰하며 노니다

바람을 좋아하는 손님이 찾아왔다는 전갈 누구에게 받았는지, 슬그머니 달려와

늘 만난 듯 목덜미 머리칼을 간지럽힌다.

모두가 하나 된 지금 여기 바로 일원의 세계 속에 너도 없고 나도 없는

행복한 무의 세계 무릉도원 객과 주가 없는 세계 자연이 아닌가 한다.

나는 소녀시절 그렇게 많은 책 속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을 또 불투명하고 채우지 못했던

그 어떤 것을 많은 상상으로 가슴속에 끌어와서 나를 다독 거리며 성장해 왔다.

무거운 유화가 아니라 맑고 투명한 수채화 한 편을 감상하는듯한 마음을 늘 간직하려 애썼고

마음속 깊은 곳에 적막한 고요를 승화하여 깨는 울림으로 책 속에서 유영을 하였다.

거기에 비록 풍요롭지는 못했지만 부모의 깊은 사랑과 책의 사랑은

오늘의 글을 쓰는 나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유적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또다시 잃어버린 듯한 사랑의

유영을 맑은 수채화 같은 바다를 통해 진정한 행복과 사랑의 가치를

느끼며 풍덩 오랜 시간 행복감에 젖었다.

사람이 아무리 무한대의 힘을 가졌어도 자연이 가슴에 던져주는 느끼게 이끌어 주는

무상의 사랑, 볼 수 있게 그림 그려준 자연의 파스텔톤의 오색 수채화는

저 깊은 곳에 감 추워졌던 내 낭만주의를 이끌어 내어 자아에 대한

확인과 깊은 사색의 뜰로 빠지게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신의 선물 몬트레일 해변의 환상, 내 여행의

종지부가 잠시 글 위에서 발 길을 옮기게 한다.

인간이 위대하다 하나 어찌 자연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이렇게 해 달라 한 적도 없고, 저렇게 살고 싶다 외친 적 없건만

주워지는 데로, 생긴 데로 ㅡ 자리에서 어울려 상부상조하는 자연

해변의 세찬 바람이 그리 밀어붙여도 마다 하지 않고 밀어붙인 데로

허리를 구부린 체 멋진 그림 속에 주인공이 되어 자연 위에 구부린 체 말없이 서있는

나무 나무들 또 그 사이를 살금 철썩 두드리며 간지럽히는 개구쟁이 하얀 포말들

그야말로 환상이라는 말을 아끼고 싶지 않다.

잠시 차가 섰다. 해변에서~~~~

옆 자리에 시종 손을 놓지 않고 신혼여행을 즐기던 신혼부부 한 쌍이

어젯밤 사랑놀이에 지쳤는지 달리는 차속에서 잠만 자더니 어느 사이 언제 잠들였냐는 듯

바닷가로 모래밭으로 맨발로 뛰여간다.

사랑의 모래성을 쌓는다. 열심히 새 신랑이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생활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단단한 성을 쌓아 가기를 순간 빌어 본다.

코발트와 진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살색의 모래 위로 스멀스멀 기여 오르는

풍광에 잠시 넋을 잃고 나도 다리를 죽 뻗으며 앉아 본다.

태평양 푸른 물결이 수채화의 물감으로 내 마음을 감싸며 철썩댄다.

긴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 몸이 나른하다.

그냥 그대로 배를 타고 순항에 돛을 달고 물결 따라 흘러가면 부산이라 했던가....?

순간 그 순박하고 오밀조밀하여 정겨운 내 나라가 그리워진다.

라스베이거스의 황홀한 불빛이 나를 유혹한다 해도 내 거기에 취해 순간의 향락을 즐긴다 해도

몬트리올 해변가의 시인이 되어 헤맨다 해도

나는 시냇가에 나물케고 깔깔대며 뒹굴던 시골 계집아이 시절을 보낸 촌 소녀가 아니던가.

아무리 태평양 바다가 아름답게 철썩댄다 한들 실버들 가진 늘어져서 쫄쫄 흐르며

졸졸 소리 내던 시냇물 소리만큼 정겹고 구수하고 사랑스러울까,

신이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준 아가페 사랑

그 사랑은 몬트리올 해변에서도, 내 조국 시냇가 졸졸대는 시냇물 소리에도

모두 같은 사랑이여라.


꽃봉오리가 피어 아름다운 꽃이 되고

그 꽃 열매되어 익은 후

흙이 되는 것 죄라고 말할 수는 없지

또 유충 번데기 되고

그 번데기 나비되어

나비 흙이 되는 것 죄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아이 자라서 어른되고

그 어른 늙어서 흙이 되는 것이 무슨 죄랴

흙 대체 흙이란 무엇일까

그 흙과 물과 나 어우러진 이 자리

모르겠노라

진정 모르겠노라

단지 섭리에 따라 이 자리에 왔노라

말할 뿐

내 여기 앉아 인생 봄날을 되돌아보며

고국도 타국도 다 거기가 여기

"오늘은 마음이 마치 봄날과 같아"

그리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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